수많은 급여기준 중에서 '급여기준을 벗어나서 약을 처방했을 때, 약값 전액을 환자에게 받는다'는 기준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전혀 적용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요양병원이 그렇다.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수가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신종플루 환자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할 때다.
현재 인플루엔자 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독감 초기 증상이 나타난 고위험군 환자에게는 48시간 이내에 타미플루를 처방해도 급여가 인정된다. 급여 기준 이외에는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고위험군 환자는 1~9세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노인 등이다.
요양병원의 경우 65세 이상 노인들이 주로 입원하다보니 신종플루 환자도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요양병원은 신종플루 확진 여부 검사 비용은 물론 타미플루 약값도 따로 청구할 수 없는 웃픈(웃기다와 슬프다의 합성어) 상황에 놓여있다.
독감 환자는 타미플루 45㎎을 10회 복용해야 하는데, 1캡슐 당 가격은 2400원이니까, 10번이면 총 2만 40000원이다. 요양병원은 입원 및 외래 독감 노인 환자에게 이 비용을 감수하고 처방을 해야 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수가가 적용된다는 이유만으로 신종플루 진단검사, 약값을 전혀 청구할 수 없다. 요양병원은 65세 이상의 고위험군 환자가 많아 한사람이 감염되면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 요양병원은 몰라도 환경이 열악한 요양병원은 비용 부담 때문에 아예 약을 쓰지 않게 되면서 의료의 사각지대가 생길 것"이라며 "이번처럼 독감 등이 유행할 때는 한시적으로라도 약값은 보전할 수 있도록 정액수가 예외 한목에 포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요양병원 환자군 급여목록 및 산정지침에 따르면 일당 정액수가에는 입원료+투약+주사, 재료비+기본물리치료+검사, 위탁검사+방사선+처치+행위가산+초빙의사 행위+요양기관 요구로 외부구입약제+퇴원약 등을 모두 포함한다.
비급여, 100/100 환자본인부담 항목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액수가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은 ▲식대 ▲CT, MRI ▲전문재활치료 ▲혈액투석 및 혈액투석액, 복막투석액 ▲치매치료제, 이지에프 외용액 등 5가지 전문의약품 ▲2007년 1월 이후 비급여 목록이 급여로 변경 고시된 항목 ▲타 요양기관으로 의뢰한 진료비 일체 뿐이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2009년 신종플루가 크게 유행했을 때는 경계심각 단계까지 올라가면서 항바이러스제를 원외처방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의발령 단계에서는 정액제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당정액제 수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일당정액제는 행위별수가가 아닌 포괄영역"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