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압구정 성형거리'를 형성하며 경쟁을 하던 성형외과가 본격적인 몸집 경쟁을 시작했다.
BK성형외과에 이어 리젠성형외과가 도전장을 내밀자 그랜드성형외과, 원진성형외과는 물론 아이디성형외과까지 메머드급 성형외과 건물을 올리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과연 성형시장은 이대로 괜찮을 것일까. 대박과 쪽박을 오가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한때 홀로 개원의에서 몇년 전 대형화를 꿈꾸며 신사역 사거리에 이데아 성형외과를 공동개원, 대표원장으로 진료 중인 국광식 원장(이데아 성형외과)을 직접 만나 그가 바라본 성형시장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다.
Q: 과거 압구정 성형거리를 차지했던 성형외과 상당수가 혼자 개원해도 잘 되지 않았나? 그런데 왜들 이렇게 대형화하는 것인가?
A: 그렇다. 혼자서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고 의료소비자의 욕구가 바뀌었다. 잠시 개인적인 얘길하자면, 나 또한 장한평에서 15년간 자리를 잡은 개원의였다.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로 실력에 대해 자부했다. 하지만 3년전 동료 의사 4명과 공동개원하면서 대형화를 꾀했다.
그리고 그때의 선택에 후회 없다. 물론 10층 이상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성형외과에 비하면 작은 규모에 불과하지만 그때 그렇게라도 대형화를 시도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대형 성형외과에 봉직의 자리를 알아보고 있을 지 모를 일이다.
Q: 환자들의 욕구 때문에 대형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슨 얘긴가?
A: 과거에는 어떤 의사가 수술을 잘하느냐가 중요했다. 그런데 요즘 환자들 특히 중국인 환자는 일단 병원의 규모를 보고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규모가 크고 의사가 많으면 수술도 잘하는 병원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대형화하는 또 다른 이유는 마케팅 때문이다. 다른 성형외과가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뛰어들면서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하지만 개원의 혼자 환자 진료를 하면서 마케팅까지 신경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차라리 대형화해서 별도 부서를 두고 맡기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Q: 충분히 수긍이 간다. 요즘 대형화하는 성형외과가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성형 개원가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A: 작년 가을부터 개원의사 30~40여명이 대형 성형외과 봉직의로 들어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또 대형 성형외과에선 이제 막 전문의를 딴 젊은 의사 스카웃에 나선 곳도 있다. 일찍 데리고 와서 병원에 필요한 술기를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는 것이다.
가령 안면윤곽술 의료진이 부족하면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는 식이다. 일부 병원은 이를 위해 해외로 연수까지 보내주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Q: 그런데 규모를 키우면서 대출에 대한 부담과 함께 인건비 등 지출이 많아져서 리스크가 커지는 것 같던데, 이대로 괜찮나.
A: 사실 아슬아슬하다. 특히 성형외과는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극명하기 때문에 개원 후 3~6개월 유지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형 성형외과는 한달 광고비만 1억~3억원 지출하고 건물 유지비에 대출 차입금까지 더하면 비용 지출이 상당하다.
여기에다 200명에 달하는 직원과 수십명의 의료진 인건비까지 고려할 때 1~2개월만 수익이 주춤해도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무리한 대형화는 문제라고 본다.
Q: 대형화 바람으로 건물 전체를 성형외과로 쓰는 병원이 더 늘어나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나?
A: 의료진 30명에 직원 200여명에 달하는 성형외과 하나가 들어설 때마다 그 일대 성형외과의 파장은 상당하다. 이미 혼자 개원하고 있던 성형외과 중에는 환자 감소로 버티지 못하고 폐업, 봉직의를 선택한 개원의도 있다. 게다가 대형 성형외과는 이미 한국 환자로는 유지할 수 없는 구조인데 더 증가한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Q: 성형외과의 해외환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가 많더라. 그렇게 심각한 것인가.
A: 가볍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얼마 전 중국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관광을 경계하면서 중국 관광객이 감소하자 성형외과에도 고스란히 여파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해외환자 유치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늘 리스크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의료진의 술기가 좋아지면서 대형 성형외과의 주 고객인 중국인이 한국까지 찾아올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몇년 전에 비해 한국에 성형 술기를 배우러 오는 중국 의사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국제학회에서도 중국 의사들의 활동이 상당히 왕성해졌다. 중국은 과거 한국이 일본의 성형 술기를 따라 잡은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한국 의사들의 술기를 따라잡고 있다.
지난 2008년도까지만 해도 중국 의사들은 유방성형술이나 턱, 광대뼈 수술은 엄두도 못냈지만 요즘에는 꽤 한다. 이제 줄기세포 성형술이나 양악수술 정도만 남았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요즘 내원하는 중국환자들은 재수술 환자가 대부분이다. 일단 중국에서 수술을 받고 만족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경우만 찾는 것이다.
중국인 환자 유치에만 주력했다가는 자칫 병원 경영이 위태로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Q: 듣고 보니 해외환자 유치에만 목매다 큰 코 다칠 수 있겠다. 그럼 대형 성형외과가 생존하기 위한 대안은 뭐라고 생각하나.
A: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일단 중국 이외 다양한 국가의 해외환자 시장을 뚫어야한다. 둘째로 성형외과 고유의 분야인 재건성형 분야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은 성형외과 중심의 종합병원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미용성형만 하는 대형 성형외과는 한계가 있다. 차병원이 산부인과에서 시작해 종합병원으로 성장했듯 성형외과도 그런 모델이 나와야한다. 구순구개열(언청이) 수술 등 재건성형도 하고 부수적으로 필요한 다른 진료과도 운영하다보면 종합병원화 되지 않겠나.
대신, 의원급 성형외과와는 경쟁 구도를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형 성형외과가 환자를 싹쓸이 하면 1인 성형외과는 결국 다 망하게 된다. 이런 일이 없으려면 환자층과 수술 영역을 달리해야 한다.
Q: 가만히 들어보니 대형화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더 많은 것 같다.
A: 꼭 그렇지는 않다. 대형화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해외환자를 유치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만 경쟁을 통해 국내 성형 술기가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게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