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3대 비급여 개선 정책이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근본적인 문제인 '저수가 현실'을 먼저 고민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대한병원협회지 <병원> 최신호에 '정부의 비급여 개선 정책에 따른 의견'을 주제로 한 기고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서 이사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껍데기만 남아 있다.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 시점에서 계획되지 않은 무리한 급여화 정책은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에 따르면 3차 의료기관은 외래 진료수입을 포기할 수 없어 1차 의료기관과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다.
1차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은 저수가 체계에서 비급여 비중이 낮아 성장은 커녕 자생조차할 수 없다.
서 이사는 "상급병원으로 경증환자가 쏠려 비효율적인 의료비 지출은 늘어가게 되고, 상급병원으로 가지 못하는 서민의 건강방패막인 1차의원의 질은 국민들이 느끼기에 더욱 저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비급여 개선 대책을 위해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이사는 "우리나라에는 필수의료 정의가 없다.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되 서비스 수준을 고급화하지 말고 최소수준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수의료 서비스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저수가 현실을 먼저 타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는 "많은 젊은 의사들이 '무슨 과로 가야 나의 적성에 맞는 의업을 할 수 있을까'보다 '무슨 과로 가야 망하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적정 급여, 적정 수가를 개선하기 위한 저부담 건강보험료 정책의 과오와 문제점들을 시인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정 확충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는 보장성 확대 정책은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감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감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꼴"이라며 "한번의 보건의료정책 실패는 국민 수십만 명을 죽음으로 몰 수 있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