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환자쏠림을 억제하기 위해 추진중인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선작업을 두고 수도권과 지역 의료기관간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진료권역을 분류해 소요병상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각자 유리한 조건을 따지다 보니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
보건복지부가 지난 27일 입법예고한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두고 상급종합병원 도약을 준비 중인 지방 의료기관의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복지부가 수도권 대형병원을 너무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정 공청회에서 복지부가 제시한 개선방안을 두고는 수도권 의료기관이 강하게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복지부는 수도권을 서울권, 인천권, 경기북부권, 경기남부권으로 구분하는 1안과 서울권, 경기서북부권, 경기동남부권으로 나누는 2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서울권을 분리하면 소요 병상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서울지역 17개 상급종합병원 중 빅5병원을 제외한 상당수 의료기관이 상급종병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도권 일대 상급종합병원은 "수도권 병원 죽이기 아니냐"면서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이를 의식한 것일까. 복지부는 이번에 발표한 입법예고안에서 당초 과감한 개선안을 버리고 수도권 의료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큰 타격이 없도록 일부 수정했다.
지난해 복지부가 제시한 기준을 적용하면 수도권 상급종병 절반이 탈락할 위기에 처하지만 이번에 바뀐 기준에 따르면 2곳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자 이번 기회에 상급종합병원으로 진입을 꿈꿨던 다른 의료기관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경남권역 C대학병원 관계자는 "지난 공청회 당시만 해도 경남권역에서 의료기관 3곳 정도 가능성이 있었는데 바뀐 개선안의 기준을 적용하면 2곳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사실 울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 서부경남지역 등 3개의 큰 권역을 하나로 묶은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면서 "수도권에만 유리한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남지역 B대학병원 관계자도 "개선안 내용을 보면 수도권 의료기관의 의견을 많이 반영한 것 같다"면서 "우리 권역도 연합해 목소리를 내야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충청권 A대학병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TF팀을 구성해 준비를 많이 했는데 개선안은 실망스럽다"면서 "권역별로 나뉘면서 의료기관 1곳 정도만 신청이 가능할텐데 지역 의료기관간 경쟁만 높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지방의 2차병원은 암환자 비중이 낮기 때문에 중증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개선안 기준 자체가 현재 중증도가 높은 의료기관에 유리하기 때문에 지방의 2차병원들이 상급종병에 도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수도권 대형병원의 입맛에 맞춘 기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한편,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중증도가 낮은 의료기관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암환자 비중이 낮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면서 불안감을 드러냈다.
그는 복지부 허가를 받아 병상 수를 확대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미 빅5병원은 병상을 늘릴데로 늘려놨는데 이제 와서 통제를 한다니 결국 중소 상급종병만 병실 늘리기가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병원경영연구소 이용균 실장은 "지방의 상급종합병원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도 있지만 반대로 지역에 있는 의료기관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 의료기관은 그에 맞는 평가를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간 빈익빈 부익부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