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수가 연구 따로, 협상 따로
2015년도 수가협상이 약 두달 앞으로 다가 왔다. 어김없이 건보공단과 일부 공급자 단체는 환산지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감에서까지 지적받고 있는 '연구 무용론'. 수가 연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필요하다.
(상)보험자-공급자, 민망하기만 한 '환산지수 연구'
(하)수가 연구에 필요한 변화의 바람
5000만원.
건강보험공단이 공급자 단체들과 해마다 벌이는 수가협상을 위한 연구에 투자하는 예산이다.
올해역시 지난 1월 건보공단은 '2015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기획실장이 진행하기로 했다.
환산지수 연구는 '협상'을 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 진행된다.
공급자와 보험자가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기 위한 기싸움을 벌일 때 가장 기본적인 근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건보공단뿐만 아니라 협상에 참여하는 다른 공급자 단체들도 매년 환산지수 연구를 자체적으로 실시해 왔다.
여기에도 수천만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제논에 물대기식 결론을 협상장에서 제시하니 보험자와 공급자의 입장차이는 확연히 달랐다. 결국 수천만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도출한 연구결과는 뒷전이 된다.
과거 건보공단의 환산지수 연구결과를 보면 수가 인상률은 마이너스 였다. 10%가 훌쩍 넘는 진료비 증가율과 비급여의 통제 불가가 주된 이유였다.
불과 1년전인 2013년도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결과만 봐도 연구진은 수가가 최고 약 5%까지는 더 낮아져도 괜찮다는 결론을 냈었다.
올해 환산지수 연구결과에서도 3%는 더 인하해도 무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환산지수 연구 결과는 대부분 인상률이 마이너스였다. 이를 그대로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려움이 있어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반면, 공급자 단체는 경영난을 이유로 수가를 7~10% 이상 올려야 한다는 결과를 협상장에서 제시했다.
실제 환산지수 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보건의료 관계자는 "공단은 수가를 깎아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고, 공급자는 플러스 연구를 들고 협상장에서 기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서로 마이너스, 플러스 결과물을 들고 나오니까 0%에서 다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공단이나 공급자나 서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공단의 연구결과는 인상률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정도에서만 활용되고, 수치는 아예 실제 협상에서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 우선순위도 뒤바뀌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각 공급자 단체에서 진행하는 환산지수 연구결과는 아예 공개조차도 되지 않고 있다.
연구결과가 각 단체의 입맛에 맞게 제논에 물대기식으로 활용되니 결국에는 '환산지수 연구 무용론'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이평수 연구위원은 "환산지수 연구는 대회원용, 대국민용 보여주기식"이라면서 "각자 연구해서 주장만 한다는 것이지 결과를 그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수가협상에 쓰일 산식에 대한 합의를 공급자와 보험자가 만나서 먼저 해야 한다. 어떤 요소들을 고려해서 계산을 할지를 미리 정하는 회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은 국회에서도 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수가협상 기준의 토대가 되는 유형별 환산지수 연구가 실제 협상 결과인 순위, 비율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비판했다.
이어 "연구용역과 실제 협상결과가 그때그때 달라 환산지수 연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서는 공급자 단체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공급자단체 관계자는 "환산지수 연구용역 결과가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에 대해 각 단체도 모두 공감하고 있다"면서 "외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