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 하는 것 중 하나가 '중증도'.
다시 말하면 '전문질병군 비율'이다. 얼마나 난이도가 있는 환자를 많이 보고 있냐는 것이다.
하지만 상급종병이라면 당연히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야 할 '외상' 분야 질환이 전문질병군 분류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질병군 분류 자체에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23일 A대학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외상으로 발생한 뇌질환의 신경외과 수술을 모두 제외돼 있다. 다발성 중증외상으로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도 배제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상급종병 인증을 새롭게 받아야 하거나 인증을 유지해야 하는 병원은 치료가 어려운 다발성 중증외상 환자를 입원시킬수록 인증평가에서는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급종병 지정기준에 반영되는 질병군은 총 677개며 이 중 전문질병군에 들어가는 질병은 207개다. 대표적인 중증질환이 '암'이다.
전문질병군은 상급종병 지정기준의 핵심 잣대이기 때문에 대형병원들은 '중증도'를 높이기 위한 전력을 짠다.
암센터, 암클리닉, 암병원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해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긴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이 교수는 "암은 악성종양으로 환자나 보호자에게 심리적 부담이 큰 뿐 아니라,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질환군에 포함되는 것에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B대학병원 교수는 "다발성 중증외상 환자들이 전문질환군에서 배제돼 있는 현실을 대형병원에서 중증외상환자 치료에 대한 설비나 투자를 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 평가가 코앞에 닥쳐 있기 때문에 전문질병군 재분류 작업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신 2017년 상급종병 지정 평가에는 재편된 전문질병군을 적용할 예정이다.
평가대상이 되는 질병군을 미리 고지해서 병원들이 이에 대비하도록 하게 해야 하는데, 그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상급종병 지정 계획에 따르면 병원들은 입원환자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외래환자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자료를 내야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다발성 외상뿐만 아니라 루게릭병 등 전문질병군 포함 요청이 있어 왔다. 임상학회 및 의료기관 의견을 수렴해서 올해 말까지 질병군을 개정하고 공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