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도전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종 당뇨약을 개발하고 싶었고 그 시작은 2003년 7월이었다.
전임상, 임상 1상, 2상, 3상. 수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2012년 7월. 마침내 식약청 승인을 받았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을 이겨낸 달콤한 열매였다.
내수 시장에만 전념할 수 없었다.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세계 5번째 DPP-4 억제 당뇨약이 아닌가. 꿈꿨다. 의약품 선진국인 미국 승인을.
그런데 FDA가 조건을 제시한다. '아반디아(로시글리타존)' 퇴출 이후 2009년부터 새로 출시되는 모든 당뇨약은 심혈관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아반디아' 퇴출 사유가 심혈관 위험성을 높인다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반디아'는 최근 사용제한이 풀렸다.)
토종 당뇨약 개발사는 난감했다. 미국 등 해외에 진출하려니 심혈관 위험성 임상에 수백억원을 투자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들이 이미 심혈관 안전성 데이터를 내놓거나 대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라는 점은 더욱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글의 주인공은 예상했듯이 DPP-4 억제제 '제미글로(제미글립틴)'를 개발한 LG생명과학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비단 LG 뿐만이 아니다.
신약 등을 갖고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제약사들이 갖고 있는 공통의 고민이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임상이 필요하게 됐기 때문이다.
보통 추가 임상에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 그렇다고 경쟁자들이 다 하는 임상을 안 할 수도 없다.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제미글로의 경우 분명 내수에서 몇 십억원 벌려고 신약을 만들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추가 임상을 하자니 수백억원 드니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나머지 DPP-4 억제제들은 심혈관 안전성 임상에 착수한 상태다. 네시나(알로글립틴)과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은 각각 EXAMIN, SAVOR 임상에서 어느정도 입증했다. LG가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