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안압측정기 등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병수)는 최근 한의사 하 모 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는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의 안압측정기, 청력검사기 등 사용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후 나온 첫번째 판결이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하 씨는 청력검사기,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를 사용해 검사를 한 뒤, 이를 토대로 한방약물치료, 침치료, 교정치료 및 물리치료를 했다.
하 씨는 한의사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복지부는 3개월의 한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고, 하 씨는 이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 씨는 처분사유가 없고 절차상에 문제가 있으며,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안압측정기와 청력검사기 등은 의사 뿐 아니라 한의사도 당연히 할 수 있는 기초적인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또 허준의 '동의보감'과 한의대 교재로 사용하는 안이비인후과학의 안과학 총론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하 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한 씨가 진료에 사용한 현대의료기기는 모두 측정 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되는 장비들이며 ▲신체에 아무런 위해를 발생시키지 않고 ▲측정결과를 한의사가 판독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적인 식견을 필요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전통의학서인 동의보감에서도 안구의 구조와 대표적 안질환 등에 대해 원인과 치료방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 씨가 쓴 의료기기 사용에 따른 위험성은 거의 없고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적절한 진료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면서 "한방에서도 그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법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