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빨간 점퍼를 입고 나타난 그는 아이들에게 '뽀통령' 같은 존재였다. 큰 키를 이용해 아이들을 번쩍 번쩍 들어줬고 그 주변에서는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부산 튼튼이 지역아동센터 봉사활동 모습이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다시 만난 곳은 병원이었다. 여기서 그는 '프로'로 변신해 있었다.
인상 좋은 키 큰 동네 아저씨 대신 '매출 목표율 1위'라는 닉네임의 한국다케다제약 서정규 차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의 영업 무기는 단지 남들에게 눈에 잘 띄는 191cm의 키가 아니다.
바로 일에 대한 끝없는 갈망인데 여기서 그만의 승부욕이 나온다.
일명 '산부인과 교수 만나기' 작전은 그의 단면을 보여준다.
한 번은 회사 약 랜딩을 위해 산부인과 교수를 만나야하는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제약사 직원은 아무도 안 만난단다. 제품력은 자신 있었지만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우회 작전을 썼다. 수소문을 통해 산부인과 교수와 친한 마취과 교수를 알아냈다. 이것도 내분비내과 교수와 신장내과 교수를 통해 얻은 정보였다.
물론 마취과 교수와는 일면식도 없었다. 무작정 수술실 앞을 찾아가 사정을 얘기했다. 다행히 마취과 교수의 마음을 샀다. 자신도 아닌 다른 교수를 만나게 해달라는 제약사 직원은 처음이라며 '지원군'을 자청했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하지만 결국 산부인과 교수 앞에서 10분의 제품 PT 시간을 얻어냈다. 두 달을 투자한 성과였다. 이 병원 최초의 랜딩 입성은 덤이었다.
"의사 만나는 직업 큰 행운"
그는 직업 자부심이 대단하다. 때문에 간혹 제약사 영업사원을 부끄러워하는 젊은 후배들을 보면 충고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끊임없는 자기 주문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내 고객은 대한민국 최고 브레인 의사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면 됐지 피해는 안 본다." "나도 전문지식을 가진 고객과 대화하려면 노력이 필수다. 그러면 내 자신도 발전할 것이다."
대략 이런 식이다.
제약사 영업사원을 의사 비유나 맞추며 처방을 유도하는 단순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그런 사람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남들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만나려고 애를 쓴다. 그런데 우리는 일하면서 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의사를 노력만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행운이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한국다케다 영업부 직원은 100명이 넘는다. 이중 목표 달성율을 넘긴 직원은 고작 10명 정도다. 여기서 서정규 차장은 당당히 1등이다.
담당 8개 종합병원에서 맡은 제품이 모두 관련 질환 시장점유율 1위니 말 다했다. 대단한 성과다.
서 차장은 친분이 있다고 약을 써달라고 결코 얘기하지 않는단다. 하지만 목표치는 항상 상회한다.
의료진 역시 그의 직업 자부심과 열정, 그리고 마음가짐을 본 것이 아닐까.
취재 도중 만났던 의료진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자네가 정말 회사에서 매출 목표율 1위인가? 전혀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