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 당시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에서 투쟁의 선봉에 섰던 부·울·경 전공의협의회가 14년만에 부활했다.
부·울·경 전공의협의회는 부산시의사회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지난 5일 부산시의사회관에서 공식 출범했다.
현재 대한전공의협의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김철수 전공의대표가 회장으로 선출됐다.
김 회장은 지역 내 전공의 간의 네트워크 부재를 문제로 꼽았다.
지난달 의사총파업 당시 전공의들의 참여를 더욱 독려하고 싶었으나 각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연락처조차 제대로 몰랐다는 것.
김 회장은 "지난달 10일 의사총파업이 실시되면서 각 수련병원 전공의 간 교류가 처음으로 이뤄졌으나 연락처조차 제대로 모르던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다보니 각자 알아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산지역 전공의들끼리 서로 전화번호도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그동안 너무 교류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부·울·경 전공의협의회를 통해 지역 내 전공의들의 교류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회장은 "그러나 지난달 10일 의사총파업 이후 투쟁이 종결되는 걸로 예상했고 투쟁을 계기로 교류가 형성된 분위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며 "투쟁을 하면서 모였던 힘을 유지해 앞으로도 교류할 경우 의료와 관련된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 전공의 수는 무려 1,600여명에 이른다.
전공의 수가 많은 만큼 네크워크 구축이 필수적이며 전제조건인 전공의 간 결집력 도모를 위해 중심축인 부·울·경 전공의협의회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
김 회장은 "전공의들이 부울경 전공의협의회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울·경 전공의협의회가 전공의들을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사업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이유로 당장 투쟁과 같은 커다란 아젠다가 아닌 잦은 모임과 교류를 통해 결속을 다지는 것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김 회장은 "사실 투쟁은 매일하는 것이 아니다"며 "투쟁은 잠시 접고 평시 상황에서 체육대회나 의료봉사 등을 통해 친목도모를 하는 등 끊임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정부 투쟁과 같은 비상시에는 지역 전공의들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구심점 역할도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부·울·경 전공의협의회는 효율적인 투쟁을 위한 조직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앞으로의 투쟁에서 지역 전공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사안에 따라 전공의들의 의견을 모으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시행에 들어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전자관보를 통해 전공의 주 80시간 수련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이 법안은 ▲주 수련시간 상한 ▲연속 수련시간 상한 ▲응급실 연속 수련시간 상한 ▲주간 평균 당직일수 상한 ▲당직 수당 산정방법 ▲휴식시간 하한 ▲휴일 및 휴가 ▲수련시간 계산 및 기록방법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의료인력 부족 등과 관련된 대안 마련없는 무조건적인 법 시행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전공의수련환경 개선 법안은 만들 때 제대로 만들어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며 "현재 시행에 들어간 법안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련시간 단축에 따른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대안을 마련한 후 쉬라고 해야 하는데 일할 사람도 주지 않고 쉬라고 하면 안 된다"며 "이런 이유로 앞으로는 전공의뿐 아니라 교수들도 다 당직을 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시행에 들어간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도 보였다.
김 회장은 "일단은 법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만일 제대로 시행이 안 되거나 병원 측이 법을 어길 시 대전협 등을 통해 적극적인 액션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부·울·경 전공의협의회 결성에는 부산시의사회의 지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도 내세웠다.
사실 부산시의사회는 의사회관 내에 전공의협의회 사무실까지 무료로 지원했다.
김 회장은 "투쟁이라는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결속력이 높아진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부산시의사회에서 많이 도와줬다"며 "특히 부산시의사회관 사무실까지 지원해주는 등의 협조가 있었기에 전공의들이 모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