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 윤병우)는 지난 5일 대전 을지대병원에서 '2014년도 춘계 전공의 통합교육'을 개최했다.
윤병우 이사장(서울의대)은 전날 춘계학회장에 이어 전공의 교육장까지 학회 현장을 지키는 열의를 보였다.
이날 윤 이사장은 을지대병원에서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오랜만입니다, 잘 지냈죠"라며 특유의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윤병우 이사장은 서울의대 신경과 주임교수와 서울대병원 교육연구부장 및 뇌졸중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뇌졸중 분야 최고 권위자이다.
병원 내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신경과 현안과 당면과제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현재 신경과학회 회원은 약 2000명으로 대학병원 교수가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으며 개원의와 봉직의 600명, 나머지는 전공의로 구성되어 있다.
이사장에게 통상적으로 묻는 학회 운영방향에 대한 첫 질문에 그의 답변은 의외였다. 전문과 학회 이사장의 자아비판이었던 것.
윤 이사장은 "그동안 학회가 뇌졸중 중 아카데믹한 부분만 치중하다 보니 개원의와 봉직의입지가 좁아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무엇보다 젊은 의사들이 병의원에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이 학회의 최우선 당면과제"라며 "노인환자가 복합 질환을 지니고 있는 만큼 전문 질환 외에 고혈압과 당뇨 질환을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과거 전공의 시절에는 자기 분야 아니면 남에게 미뤘던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뇌졸중 급성기 치료 후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고민이 생겼다. 고혈압과 당뇨도 일반 의사 정도의 역량을 키워야 신경과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경과학회가 이처럼 자기반성을 한 계기는 올해 전공의 미달사태가 크게 작용했다.
2014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결과, 총 97명 정원에서 '미달'(4명)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공의 미달사태 충격…미래 청사진 제시해야"
그는 "신경과에서 전공의 미달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전하고 "수련병원에서 항상 대기 상태로 언제든 뛰어나가야 하는 수련과정의 어려움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학회가 전공의, 개원의, 봉직의 등 젊은 의사들을 챙겨야 할 때"라며 "이들에게 신경과 전문의로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없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학회 목적인 아카데믹도 중요하나, 젊은 회원들이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분야별 총론과 보수교육을 통해 신경과 전체의 위상과 역할을 상승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석한 김재문 수련이사(충남의대)는 "요양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들이 홀대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환자 생명을 위해 다양한 처치와 약제를 처방하면, 병원은 일당 정액제 한계를 제기하고 있다"며 신경과의 비애를 전했다.
"하반기 치매등급 판정, 신경과 주최 의사소견서 교육 확대"
이달부터 시행 중인 전공의 주 80시간 수련시간 의무화도 학회의 고민이다.
윤병우 이사장은 "수련시간은 개선하고 PA(의사 보조인력)는 반대하는 상황에서 결국 진료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당직 표를 새로 짜도 저 년차의 업무 가중이 증가해 신경과 수련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이사장은 "전공의 월급에 휴일과 당직 수당 등이 사실상 명문화된 만큼, 레지던트가 무슨 도움이 되냐며 정원을 안 받겠다는 수련병원이 생길지 걱정된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학회의 또 다른 중점 추진 전략은 하반기부터 시행될 치매특별등급 판정이다.
앞서 복지부는 고령사회에 대비해 7월부터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의사 소견서를 토대로 특별등급을 부여한다. 다만, 의사들은 복지부가 지정한 신경과학회 등 일정 학회에서 소견서 작성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윤 이사장은 "신경과가 치매 전문과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의료계에 확실히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며 "학회 지방지회의 협조를 받아 지역의사를 위한 치매환자 소견서 작성을 대대적으로 교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신경과학회가 창립된 지 30년이 넘었다. 이제 학회 전체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할 때이다"라며 "개원의와 봉직의 등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학회 운영과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이사장은 "지난해 세계신경과학회 유치를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에 석패했다"며 "임기 동안 신경과 위상 제고와 재도약을 위해 세계학회 유치를 위한 토대를 쌓도록 하겠다"며 개인적 소망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