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약사 등의 위생복 착용 의무 삭제, 복약지도 미시행 시 과태료 부과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약사법 시행령・시행규칙의 일부개정안을 17일부터 다음달 27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약사의 위생복 착용 의무를 없앨 경우 약국내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가 심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격이 없음에도 약국의 명칭 또는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한 자와 환자 또는 환자보호자에게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를 통해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과태료 30만원를 각각 부과토록 했다.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 변경으로 인해 면허 재발급 요청 시 민원인 편의 및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 행정정보의 공동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법정처리기한도 7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특히 약사법 10조에 명시된 위생복 착용 의무 조항도 삭제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가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을 경우 3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복지부 약무정책과에 따르면 해당 조항은 유사직능에는 법령에 강제되고 있지 않은 과도한 규제로, 자율 준수 추진을 위해 삭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오는 6월부터 약사가 가운 및 명찰을 착용하지 않아도 처벌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약사회 "약사 가운 착용이 규제된 이유? 전의총 때문"
약사회는 이번 개정안은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한 입법이라는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사 등 다른 직능에는 강제되지 않은 위생복 착용이 그동안 약사에게만 적용되고 있었다"며 "특히 안 입었을 때 3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약사의 위생복 착용 의무화는 약사 사회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던 사안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약사회 관계자는 "위생복을 입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약사도 상당수"라며 "약사의 위생복 착용은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를 막기 위한 거름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견과 함께 약사의 기본 자세라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약사의 위생복 착용 의무가 규제로 받아들여지게 된 이유는 '전국의사총연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들은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 등의 이유로 가운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의총은 약사들이 밥 먹을 때 잠시 가운을 벗은 틈을 노려 의도적으로 증거를 만들어 고발했다"며 "이같은 악의적 고발에 대해 약사들은 당연히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한 형평성 문제라면 과거에는 약사의 가운 착용 의무화에 대해 왜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겠냐"라며 "가운 착용 의무에 대한 문제가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자 약사 내부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약사 가운 착용의무 삭제,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부채질"
반면 전의총은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약국 내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를 심화시킬 수 있는 잘못된 입법이라는 입장이다.
전의총 정인석 공동대표는 "약사의 가운 착용이 의무화돼 있는 상황에서도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 문제가 심각했다"며 "그런데 해당 조항을 삭제하면 약사와 무자격자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진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잘못된 입법활동"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 시행 이후 접수된 공익침해사건은 총 2720건이었으며, 이중 건강 분야가 868건으로 가장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접수된 건강 분야 공익침해행위 중에서는 약사 분야가 434건으로 절반을 차지했으며, 대부분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조제 행위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선 지난해 5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약국 내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 행위 특별단속을 통해 총 14개 약국을 적발하고 약국 개설자 14명과 무자격자 17명을 불구속 송치하고 담당 기관에 위반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
약사와 의사를 유사직능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 공동대표는 "의사의 경우 대부분 원내나 진료실 내에 면허증이 붙어 있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며 "특히 몇마디만 나눠보면 의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일반약 판매는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해군 약제병도 가능한 단순 작업"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약사와 약사 아닌 자를 구분하기란 어렵다"고 주장했다.
고소 고발을 이유로 규제를 철폐해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 공동대표는 "고소 고발이 무서워서 규제를 철폐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의총의 모든 고발이 점심시간 만을 노린 것은 아닌데 이를 이유로 약사회만을 위해 규제를 없애려는 목적의 입법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번 약사법 개정안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약국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는 이가 약사인지 무자격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사의 가운 및 명찰 착용 의무화를 삭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복약지도 불이행에 따른 낮은 과태료는 법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의견도 제시했다.
송 대변인은 "복약지도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 30만원은 실효성이 없다"며 "원래 100만원으로 하려다 입법과정에서 바뀐 걸로 아는데 그렇게 낮은 과태료는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가운 의무 삭제에 따른 우려, 자율적 개선 가능"
한편 복지부는 약사의 위생복 착용 의무 삭제에 따른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는 자율적 개선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약사법 개정안에서 위생복 착용 의무를 삭제한 것은 가운을 입지 말라는 차원이 아니다"며 "약사회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할 것이고, 이미 약사회에서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를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는 만큼 맞물려 개선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입법예고 후 규제심사위원회와 법제처를 걸쳐 최종안이 확정될 것"이라며 "복약지도와 관련한 개정안의 시행시기가 오는 6월인 만큼 그 시기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