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내시경학회는 지난달 춘계학술대회에서 이명희 회장 후임으로 대한임상초음파학회 김용범 회장(위앤장참사랑내과의원 원장)을 추대했다.
위장내시경학회는 원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위장 내시경 검진수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의 관계 개선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
여기에 최근에는 모 공중파 방송에서 일회용 내시경 포셉 재사용 문제를 보도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달부터 임기를 시작한 김용범 회장을 만나 위장내시경학회가 직면한 문제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이달부터 위장내시경학회 신임 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A. 회원들의 권익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내시경 수가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와의 관계 개선 등 위장내시경학회에서 그동안 풀지 못한 숙제들이 있다. 임기 동안 회원 권익과 국민 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현재 위장내시경학회와 소화기내시경학회의 관계는 어느 정도인가.
A. 예전에 비해 관계가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학술대회에서 대학교수의 강의도 못 하게 했는데 지금은 거의 교수들이 강의하고 있다. 밑바탕에서의 교류는 이뤄지고 있지만, 학회 대 학회로서의 교류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Q. 관계 개선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A. 대한의학회에서 소화기내시경학회만 인정하고 있다 보니 정부에서도 내시경과 관련한 채널을 소화기내시경학회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위장내시경학회는 개원가를 대변하고 소화기내시경학회는 대학병원을 대변하는 만큼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개원가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소화기내시경학회가 위장내시경학회 임원을 대외협력이사 등으로 참여시켜 개원가의 의견을 반영한 상태에서 서로 상의하는 것이 정책을 발표하거나 수가와 관련해 정부에 대응하는 데 유리할 것이다.
Q. 소화기내시경학회와의 관계 개선에서 우수내시경실 인증제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A. 소화기내시경학회가 환자진료와 국민 건강을 증진을 목표로 우수내시경실 인증제를 열심히 추진하고 있지만, 개원가가 잘 따라주지 않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 소화기내시경학회의 생각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진행이 너무 빠르다.
Q. 우수내시경실 인증제의 진행이 빠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 우선은 수가 자체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국민 건강을 앞세워 내시경 질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별로 없다.
국민 건강과 질병 예방을 추구하자는 데 어떤 의사가 반대하겠나. 다만 진정으로 국민을 원한다면 의료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평가가 제일 중요하다. 순서가 바뀌면 안 된다.
지금까지 의사들은 국민을 위해 적자를 감수해왔고 내시경 검사의 질도 높여왔다. 그런데 수가는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에서 더 높은 수준의 질만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원가 대부분 우수내시경실 인증제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개원가를 포함해 많은 의사의 속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적으로 달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같이 끌고 올라가야지 먼저 올라간 후 따라 올라오라 식은 곤란하다. 소화기내시경학회와 이런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서 같이 가는 방향을 추구할 계획이다.
Q. 내시경 검진 평가기준에 대해 개원가의 불만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A. 방대한 서류 제출 요구에 대한 불만이 많다. 검진기관 평과와 관련해 수백개에 달하는 평가 항목을 일일이 서류로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내시경 검진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에는 어떤 의사도 불만이 없을 것이다.
다만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평가만 있고 보상이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내시경 수가에 대한 배려도 반영됐어야 한다. 평가 기준은 학회의 노력으로 일정 부분 개선돼 이제는 수용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 됐다.
Q. 내시경 검진 평가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평가 결과가 좋은 병원이 그렇지 않은 병원보다 나으니까 이를 홍보하라고 해선 안 된다. 평가 대상 의료기관이 정부의 기준에 맞춰 잘하고 있다고 해야지 이 병원이 저 병원보다 평가결과가 좋으니까 잘한다고 해선 안 된다.
하루에 내시경을 2~3회 하는 검진기관들은 미니멈 리콰이어먼트(minimum requirement)를 충족하고 있다. 문제는 검진기관은 아니지만, 위장 내시경을 실기하는 영세 의원들이다. 이들의 경우 품질관리(quality control)가 최소 기준에 합당한 지 알 수가 없다.
이미 잘하고 있는 병원을 잘한다고 높이는 게 다가 아니다. 현재 검진기관에 속하지 않은 채 내시경을 실시하는 병원들의 수준을 검진기관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이들을 교육하는 게 시급한 문제이다.
Q. 지난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기관 현장점검 결과 부적정 기관 적발현황' 자료에 따르면, 내시경 세척기가 아예 없거나 소독 관리가 부실한 의료기관은 79곳이었다. 부당․허위 청구를 하는 기관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다. 내시경 검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A. 보건당국에서 일부 검진기관의 잘못을 모든 의사의 잘못인 양 몰고 갈 경우 의사와 환자의 관계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결국, 국민과 의사, 정부 모두에게 안 좋은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나친 인기 위주의 정책에 힘을 쓰고 있다. 건보공단은 심평원의 심사를 가져오려는 속마음이 있기 때문에 검진기관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심사 차원부터의 예방을 강조하고 있다.
Q. 최근 모 공중파 방송에서 일회용 내시경 포셉의 재사용 실태를 보도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A. 지난해 조직검사를 제외한 순수 위내시경 검진 비용은 총 4만 3490원이다. 그런데 우리 학회 박창영 총무이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네의원에서 위장 내시경을 한번 실시할 때 드는 실제 소요비용은 부대비용 3만 3745원과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인건비 4만 7000원을 합쳐 8만원이 넘는다.
특히 위내시경 조직생체검사 비용은 8620원이지만 일회용 내시경 포셉의 가격은 중국산 기준 2만 3000원이다.
의사들도 일회용 기기 사용을 원한다. 다만 소요비용을 전부 인정해 줄 경우에 한해서다. 그러나 지금은 실제 가격의 20% 정도만 인정해주고 있어 검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이다. 이게 현실이다.
정부가 진심으로 국민의 건강을 바라고 내시경 검사의 질을 높이기를 원한다면 실제 소요비용을 인정하고 이를 수가에 반영함으로써 의사들이 일회용 기기를 쓸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