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개원의 한명 당 1년에 천만원 이상을 차등수가제로 삭감당하고 있습니다. 급여 환자 많이 보는 것이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차등수가제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또 한번 팔을 걷고 나섰다. 수가 인상율 보다 삭감율이 높은 현실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는 분노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태경 이사장(한양의대)은 28일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호소하고 즉각 차등수가제를 폐지할 것을 주문했다.
태 이사장은 "2001년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고통 분담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차등수가제가 10년이 넘는 동안 지속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모두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비인후과 의원급은 지난 2002년 차등수가제로 263억원이 삭감된 이래 2005년 190억, 2012년 178억이 삭감됐다. 전문과목 전체 삭감액의 30%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는 이비인후과 총 진료비의 3%가 넘는 금액. 건강보험 수가 인상률을 넘어서는 수치다.
태 이사장은 "현재 이비인후과 개원의가 1800명 정도니 개원의 한명 당 연 1000만원씩 삭감을 당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수가 인상률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손해를 회복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이비인후과 진료 영역의 대부분이 급여 항목인데다 진료비 또한 크게 낮다는 점에서 상대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경 이사장은 "이비인후과는 내원일당 진료비가 전체 전문과목 중에서도 최하위에 해당한다"며 "더욱이 급여 항목이 98%에 달해 도저히 이러한 삭감액을 메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차등수가제가 진료의 질을 높이는데 실패한 정책이라고 결론났다는 것이 이비인후과학회의 반론이다. 환자 집중도를 완화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태 이사장은 "보사연의 연구 결과 아무리 환자 수가 많아도 환자들이 분배되지 않고 해당 의원을 계속해서 내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또한 입법 취지와는 달리 진료의 질을 높였다는 증거도 찾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불합리한 정책이 지속되면서 의대생들은 이비인후과 전공을 기피하고 있으며 전문의 의욕이 저하되는 부작용만 생겨나고 있다"며 "건강보험 재정이 최대의 흑자를 기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 과에 징벌적인 차등수가제는 하루 빨리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