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는 전문가 집단이다. 그런 학회가 왜? 돈 문제를 꺼내 들었을까.
대한심장학회가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확대 추진하는 '허혈성심질환 적정성평가'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고 든 생각이다.
심평원은 적정성 평가 자료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병원들의 업무 부담을 인정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하지만 대한병원협회도 아니고 학회가 왜 나서나 하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유는 간단하다. 학회는 전문가 집단이기도 하지만 병원에서 환자들을 직접 접하는 의사들의 모임이기도 하다.
적정성평가 최일선에는 임상의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심장학회는 학회원들의 불만들을 반영한 결과이며, 학회는 병협이나 의협같은 이익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낼 수 있는 목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큰 병원들은 그나마 보험심사실이나 QI실 등 전담인력이 있다. 중소병원은 의사가 직접 평가 지표를 입력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옆에 누워 있는 환자보다 평가지표 입력을 먼저 할 때도 있다고 했다.
심평원도 이같은 문제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 연구용역도 진행했고, 상급 기관인 보건복지부에다가도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문제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원칙대응'을 공표했다. 평가자료를 내지 않으면 평가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이마저도 먹혀들지 않는 상황이다. 평가 대상병원의 약 70%가 자료를 제출 했다고 하지만 빅5를 비롯한 큰 대학병원들이 묵묵부답이기 때문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5대 암 적정성평가 자료 제출 거부로까지 번질까 심평원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심장학회와 심평원의 갈등 표면에는 지금까지 설명했던 '돈' 문제가 걸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불신'에서 비롯된 문제다.
심장학회는 학회의 전문성을 인정해 달라며 학회와 함께하는 적정성평가를 주장하고 있지만, 심평원은 충분히 학회와 논의를 한 결과라고 맞서고 있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제3자인 국민은 누구의 말이 맞는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학회는 적정성 평가 항목에 환자 케어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가이드라인 및 의사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간 질 차이가 극히 미미한 상황에서 상대평가의 적정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적정성 평가'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인 '의료의 질 향상'은 학회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양 측은 자칫 감정 대립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은 막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아직 충분히 대화할 시간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