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를 선언한 박종훈 고대의대 교수나 추무진 의협 전 이사, 여기에 조만간 출사표를 던질 유태욱 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역시 갈등의 치유를 기치로 내걸었다.
집행부 대 시도의사회·대의원회의 마찰이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의 불신임을 이끌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었던 까닭에 이번 보궐선거는 세 후보 모두 '갈등의 치유'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셈.
반면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둘러싼 세 후보의 견해는 크게 찬성 대 유보로 엇갈리고 있는데다가 의-정 협상을 통해 이달 원격진료 시범사업 추진이 구체화되고 있어 보궐선거의 최대 승부는 시범사업에 대한 견해 차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14일 출마의사를 밝힌 각 후보자들은 대부분 의협 내부의 갈등을 해소하는 소통의 리더쉽을 공통 기치로 내걸었다.
이는 의협이 집행부와 대의원회·시도의사회, 집행부와 비대위 등으로 분열된 상황을 의식했기 때문. 분열의 책임을 들어 노 전 회장이 낙마한 만큼 이번 보궐선거의 출마자들은 '화합의 리더쉽'을 공통 분모로 하고 있는 것이다.
공통 분모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세 후보의 관점은 엇갈리고 있다.
안티 노환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박종훈 고대의대 교수, 노환규 전 의협회장의 불통 리더쉽에 반기를 든 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은 원격진료 시범사업 원천 반대를 기치로 내건 반면 노 전 회장을 영입한 추무진 전 의협 이사는 시범사업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먼저 박종훈 교수(가나다 순)는 원격진료뿐 아니라 원격진료 시범사업에 '원천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시범사업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복지부에서도 과거 시범사업을 통해 괜찮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지적했다.
노환규 전 회장은 시범사업 통해 원격진료 제도화 시도를 무력화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정부의 원격진료 추진을 도와주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박 교수는 "원격진료를 막기위해 시범사업을 한다는 것은 말 장난에 불과하다"면서 "시범사업은 원격진료 제도화를 전제로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고 반대 기조를 분명히 했다.
유태욱 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도 비공식적이나마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의협이 내부 갈등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적임자, 합리적인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라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대의원회-집행부를 포용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내부 단결 만들 것이다"고 공표했다.
여기까지는 소통의 리더쉽과 공통분모를 보이는 부분. 반면 원격진료에서는 확실한 성향을 드러냈다.
유 회장은 "원격진료에 절대 반대하고 괘변에 불과한 시범사업에도 역시 반대한다"면서 "원격진료가 불가능하다는 걸 입증하려고 시범사업을 하는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냐"고 비판했다.
그는 "노 전 회장이 줄곧 원격진료에 반대하다가 시범사업은 찬성해 분란을 일으킨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와 대결 구도로 가겠다는 불통의 리더쉽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유 회장은 향후 후보 등록 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시범사업에 관련된 부분에서 정치적 성향을 확실히 나타낸다는 계획이다.
한편 노환규 전 의협회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한 추무진 전 의협 이사는 집행부 승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추 전 이사는 "현 37대 집행부가 추진한 회원을 위한 개혁 방향을 그래로 추진하고자 한다"면서 "전 집행부와 징검다리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 집행부의 기본적인 방향은 승계하지만 어떤 면이 전체 회원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는 숙고해서 결정하겠다"면서 "원격진료에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기존 집행부는) 원격진료가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시범사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노 전 회장은 "추무진 이사는 개혁집행부의 뒤를 잇기 위해 보궐선거에 출마했다"면서 "추무진 이사의 출마는 저의 출마로 받아들여주면 감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추 전 이사의 출마=노환규의 출마'로 등식화한 부분은 추 전 이사를 노 전 회장의 '아바타'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 더욱이 노환규 집행부에서 이사로 일했던 까닭에 당선시 전임 집행부 수임 사항을 백지화하기란 상당히 어려울 전망이다.
대의원회와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온건·보수파들이 노환규 회장의 불신임을 이끌어낸 만큼 '안티 노환규'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박종훈 교수, 유태욱 회장으로 세력이 결집하는 반면, 추무진 전 이사를 중심으로는 대의원 개혁론에 동조하는 회원들이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