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돌입의 신호탄이라고 하기에 무색했다.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공급자 단체 기관장들의 상견례 자리였지만 절반의 단체에서 기관장을 대신한 부회장들이 참석했기 때문.
공급자 단체의 공통 키워드는 '소통'과 '국민'이었다.
건강보험공단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6개 의약단체와 16일 서울 렉싱턴호텔에서 본격적인 수가협상을 앞두고 단체장 상견례를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의 단체장 참석률은 50%.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랐다.
참석한 기관장은 대한병원협회 박상근 회장과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 대한한의사협회 김필건 회장뿐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재욱 상근부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마경화 보험부회장, 대한간호협회는 양수 부회장이 수장 대신왔다.
공단 "수가, 진료비 영향력 20%…합리적 결정 위해 노력"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수가가 진료비에 미치는 영향은 20% 정도 된다.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운을 뗐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의협의 의정협의 결과 중 '의사결정구조'문제를 끄집어 냈다.
김 이사장은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 정부 등 4자가 현장의 이야기를 제대로 수렴해서 정책으로 승화시켜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이 선순환 해야 건강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급자 없이는 보험자가 있을 수가 없다. 공급자와 보험자가 대치적 관계로 가서는 안된다.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협 "나무에 비료와 물 없다"…의협 "수가결정 국민건강 최우선"
병협회장에 당선된 후 처음으로 수가협상에 뛰어드는 박상근 회장은 일어서서 인사를 하며 신고식을 했다. 박 회장은 어려운 의료계 현실을 강조했다.
그는 "30년전 이 나라에 정부가 나무를 심었다. 잘 자라왔다. 그런데 현재 이 나무에 비료와 물 등이 없어서 어려워지고 있다. 건보공단이 물과 비료를 잘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짧게 말했다.
의협 최재욱 부회장 역시 수가협상에는 처음 임하는 만큼 '국민'을 앞세웠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 역시 '국민'을 강조했다.
최 부회장은 "무엇을 위해서 수가결정을 하는지 뒤집어 봐야 한다. 환자 건강을 어떻게 하면 증진시키고,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인지가 핵심가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수가가 결정돼야 한다. 원칙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사회 "5월은 피 마르는 시간"…치협 "공단 협상팀 역할 중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가협상을 지켜봐야 하는 약사회 조찬휘 회장에게서는 농담을 건낼 정도의 여유가 보였다.
조 회장은 "건보공단 김종대 이사장님 얼굴이 작년 (상견례 때)보다 훤해지고 젋어졌다.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이어 "작년 수가협상 마지막날 오후 3시부터 자정까지 공단 근처에서 자리잡고 9시간 앉아있으면서 피가 말랐다. 왜 5월 한달을 공급자 단체장들은 숨막히는 시간을 보내야 하나"며 반문했다.
조 회장은 개국가, 개원가, 간호사 등 일선 현장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보공단도 안타깝다, 현실을 안다고만 하지말고 공급자 단체와 함께 현장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논리를 만들어 예산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등에 제안해야 한다. 공동 프로젝트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상견례 자리에 참석한 관계자 중 수가협상 경험이 가장 많은 치협 마경화 부회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느낀 점에 대해 소신 발언했다.
마 부회장은 "수가협상에 9번째 참석 중이다. 느낀점은 크게 2가지다. 재정운영위원회와 공급자 사이에서 건보공단 협상팀의 역할이 플러스 알파가 돼야 한다는 것이 하나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 결과가 나오면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 줘야한다. 따뜻하게 격려하고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