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보궐선거가 후보자 캠프는 후끈 달아오른 반면 민심은 썰렁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노환규 전 회장의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른 보궐선거의 불확실성, 선거관리위원회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과정, 집행부와 대의원회 간 갈등 등이 의협회장 보궐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의협회장 보궐선거에 나선 유태욱·추무진·박종훈(기호 순) 세 후보가 캠프구성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보궐선거를 바라보는 일반 회원들의 관심이 예전 선거만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보궐선거에 처음 도입된 온라인 투표 방식에 대한 회원들의 낮은 관심이 이를 대변한다.
지난 26일 오후 6시 기준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회원 중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 수는 3만 6000여명이지만 선거인 명부를 열람한 회원은 총 7800여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가 회원들의 회비납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그나마 선거에 관심을 갖던 회원마저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 높다.
경상북도의사회 정능수 회장은 "회원들이 선거인 명단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선거권 없음'으로 많이 나왔다"며 "시군구의사회 회비납부 문제가 완벽하게 처리가 안 됐고 의협 입회비와 관련된 전산처리가 안 되는 부분이 있어 선거권 없음으로 나오자 처음에 관심을 갖던 회원들이 눈길을 돌린 상태"라고 주장했다.
3년 임기가 아닌 1년 임기의 단기간 회장을 뽑는다는 점에서 회원들의 기대가 적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회장은 "3년 임기의 회장을 선출하는 선거에 비해 이번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라며 "과도기적 단기간 회장에 대해 회원들이 거는 기대가 적다"고 설명했다.
노환규 전 회장의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도 선거에 대한 관심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정 회장은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지게 되면 보궐선거의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선거에 대한 회원의 관심이 낮을 수 밖에 없다"며 "만일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온라인 투표에 대한 양상만 가지고 선거 전체에 대한 관심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처음으로 도입된 온라인 투표에 대한 관심은 적지만 우편투표도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투표용지를 받으면 관심을 갖는 회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회장도 보궐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낮은 것에 노 전 회장의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윤 회장은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되는 상황에서 과연 선거가 치러질 것인가라는 회원들의 의구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명확한 선거 구도 역시 회원들의 관심이 낮은 이유로 꼽았다.
윤 회장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보궐선거의 구도가 불명확하다"며 "노 전 회장 선거 당시는 개혁 대 보수라는 구도가 있었고, 앞서 경만호 전 회장 선거 당시는 분열이 아닌 화합이라는 나름의 상황에 맞는 선거의 화두가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화두가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노 전 회장에 대한 대의원회의 탄핵이 말도 안 된다는 정서와 노 전 회장도 잘한 것은 없다는, 개혁이나 보수로 대표되는 양측세력에 대한 회원들의 실망 역시 전반적인 무관심과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낮은 관심이 예상치 못한 당락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그는 "투표에 대한 회원들의 낮은 관심은 당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노 전 회장이 당선될 당시 전국의사총연합이 높은 관심을 갖고 적극 개입한 것은 사실이다. 선거인수가 많지 않다보니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분열과 다툼에 지친 민심이 선거에 대한 낮은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전국의사총연합 정인석 공동대표는 "의협 집행부와 대의원회의 내부 분열과 다툼에 대해 회원들이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다 보니 보궐선거에 나온 후보 중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며 "여기에다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임기 중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는 등의 다양한 생각들이 합쳐진 듯 하다"고 설명했다.
노 전 회장의 불신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선거에 대한 관심이 올라갈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 공동대표는 "1차 투표 전에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만일 기각될 경우 그 시점부터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