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보궐선거 박종훈 후보(기호 3번). 그를 둘러싼 이야기가 재밌다. '개원가 물정'을 모르는 대학교수가 의협 선거판에 뛰어들었다느니, 말 바꾸기에 능하다느니 하는 흑색선전도 들린다.
반면 대학교수를 지지하고 있는 세력이 평의사회 출신의 핵심멤버라는 점은 의아한 부분. 나현 전 서울시의사회장을 주요 지지자로, 산부인과의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이동욱 원장을 대변인으로 삼은 것만 봐도 그렇다.
왜 고려대병원 부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하면서까지 의협 선거판에 뛰어들었을까. 정견발표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그의 속내를 들어봤다.
의협 선거에 교수가 나온 이유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리시에서 개원을 2년간 했었다. 신규 환자도 많았고 신흥지역이라 환자도 많았다. 하루 100명에서 120명까지 봤다. 이른 바 '성공한 개원의' 축에 속했다. 왜 개원의를 포기하고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는지, 그리고 왜 의협 회장에 출마하게 됐는지는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다.
먼저 개원의 시절 인근 의원에서 무리한 실사를 받은 것에 화가 나 대신 소송을 맡아서 해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어떤 날은 어깨가 탈구된 동네 아이를 무료로 치료해 줬다가 부모가 민원을 넣은 사례도 있었다.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단에서 억울한 이유로 부당청구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분명히 진료 차트 등 기록이 다 있는데 허위로 청구했다는 것이다. 알고보니 누군가 분실한 보험증을 가지고 우리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은 것이었다. 억울했지만 공만은 진료한 걸 다 토해내라고 했다.
짧은 개원 기간이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이 나라에서 과연 의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도저히 이런 의료 환경에서는 개원 못하겠다는 생각에 홧김에 의원을 내놨는데 그날 바로 의원이 팔리면서 봉직의 길로 들어섰다.
봉직하면서 사기도 당했다. 준종합 병원으로 옮겨가서도 봉급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동기들에 비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신세가 비참해서 논두렁에 앉아 신세 한탄을 한 적도 있다. 그 당시 갑자기 원자력병원에 계신 은사님으로부터 스텝 자리가 났다고 해서 병원에 겨우 취직하게 됐다. 여기까지 올라온 것은 드라마 같은 일이다.
병원에서 무급 펠로우 2년도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했는데 내가 개원의의 고충을, 전공의의 고충을 모르겠나. 나는 실습나온 학생들에게 의사가 되서 할 수 있는 수많은 직업이 중 가장 좋은 것이 개원의라고 말하는 사람이다.
대학교수가 한번 쯤 의협 회장을 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교수는 한번 회장직을 하면 교단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대학교수들은 크게 신세지거나 눈치볼 그룹이 별로 없다.
부원장 타이틀까지 반납했다. 그만큼 꼭 바꾸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건가?
과거 노환규 전 회장의 제왕적 회장의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대의원회나 시도의사회장단에 같이 고쳐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당선시 회장이 먼저 권한을 내려놓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자고 하는데 누가 반대하겠나. 의협의 내분은 소통없는 일방통행식 독단이 만들어낸 것이다. 제어가 안 되는 시스템이 이런 파국을 낳았다.
먼저 기존 집행부에서의 투쟁 아젠다와 방법부터 대단히 왜곡돼 있다. 지금껏 의료계가 꾸준히 지향해 오던 이념과 아젠다가 아니다. 당연지정제 폐기 목소리가 이번 집행부부터 누락됐다. 어느 날부터 당연지정제가 돼야 한다는 식으로 됐다. 옳바른 의사의 권리인 의권에서 가장 걸리는 게 당연지정제였다. 이게 관치의료의 표상이었다. 이게 어느날 없어져버리고 의료민영화 반대라는 논리가 느닷없이 나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의협이 공공의료를 지향하게 됐다.
의협의 정체성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회원들이 깜빡 속아 넘어갔다. 노환규 전 회장이 의료계의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옳은 지적을 한 것은 맞다. 하지만 다들 투쟁 방향도 옳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념적 배경 등 회원들과 합의가 안된 투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투쟁을 추진하고 원격진료 안하겠다고 하다가 갑자기 시범사업은 받아들였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회원들이 독인지 약인지도 모르고 막 주워 먹었다. 정책과 사상의 통일이 없으면 백날 투쟁해야 안된다. 의료민영화 반대라고 하지만 이런 민영화는 학문적으로 아예 없는 말이다.
유태욱 후보와 함께 '안티 노환규'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차별화 포인트는?
엄밀히 말하면 본인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구하는 것이지 안티 노환규를 추구하는게 아니다.
전공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깊다. 의학교육인증평가원 위원으로 있다. 예전부터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공감해 왔다. 교수니까 누구보다 전공의 교육 수련 환경 잘 안다. 대부분 개원을 할 텐데 지금 수련 환경이 옳은 건지, 외과는 평생 해보지도 않을 온갖 암수술에 끌려다니고 있고, 근무 시간도 열악하다. 원래 관심 있었던 분야기 때문에 수련 환경 개선은 확실히 하려고 한다.
미국은 수련 하는 곳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수가가 다르다. 1차-3차 의료기관이냐고 해서 수가가 다른 게 아니다. 여기 수가에는 수련 비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수련하는 병원이나 아니나 수가가 똑같으면 누가 수련에 돈을 투자하겠나. 수련병원에 수가 지원을 해줘야 한다. 선택진료비 없어지기 때문에 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럴 때 전공의 교육 수련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이 비용은 전공의 교육에서만 쓰도록 해야 한다.
어차피 병원에서 전공의 월급도 줘야 하니까 그 비용분 만큼 정부가 대신 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선택진료비 없어진 만큼 경영 보전이 가능하다. 선택진료비 폐지로 경영이 어려워지면 인건비부터 줄이기 시작할텐데 병원보고 돈 내서 수련환경 개선하라고 하면 누가 개선을 하겠는가. 미국처럼 전공의 수련 병원은 그 몫의 보전이 필요하다. 이런 제안을 복지부에 하고 싶다.
비정상의 정상화의 의미는?
노 전 회장의 가장 큰 잘못은 분열주의였다. 개원가는 병원을 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반대로 병원은 의협에 협조를 안하겠다고 한다. 게다가 사제 관계를 교수의 전공의 착취 구조로 바꿔버렸다. 교수협의회에서 회비도 안내겠다고 했다.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의료계는 병원과 의원이 함께 가야 한다.
병협을 하도 경영자 단체로 매도하고, 마치 병원이 개원가의 진료비 포션을 다 빼간 것처럼 말했다. 투쟁도 개원가 만으로는 백전 백패다. 왜 개원의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냐. 오히려 병원만 하는 투쟁이 더 임팩트가 있다. 전공의와 학생은 최후의 보루다. 전공의는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다. 자기 은사가 수술을 하는데 도울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쉽겠나. 투쟁하는데 전공의는 가장 먼저 보호를 받아야 한다.
노 전 회장은 투쟁 방법에서 네거티브를 사용했기 때문에 남의 비판이 많았다. 이미 나는 안티 노환규의 아이콘처럼 됐다. 당선시 이에 대해 스스로 회무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