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 떡 하니 놓여져 있는 '비급여 백신 가격 홍보' 배너. 의료법에 저촉되진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문제 없다'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의료질서를 해하지 않는 한 비급여 진료 비용 노출이나 할인을 통한 환자 유치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원가에서 비급여 저가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독감 백신 등에 한정돼 있던 예전의 모습을 벗어나 고가의 백신 가격을 왕창 내리는 폭탄 세일도 종종 눈에 띄고 있다.
실제 메디칼타임즈가 9일 보도한 기사에는 사당동 소재 A의원의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 접종비(13만2000원)가 여타 병의원(18만~19만원)보다 5만원 가량 저렴했다. 자궁경부암백신 '가다실' 접종비도 10만2000원에 불과했다.
이 때문일까. A의원 원장은 "5월 중순 병원이 오픈해 동네 환자는 많이 없는 편이지만 블로그 등에서 백신 접종가를 보고 일산, 과천 등에서도 찾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선 의원들의 불만은 상당하다.
나 혼자만 잘 살자고 가격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규 의원에서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B내과 개원의는 A의원 저가 백신 홍보 소식을 듣고 "주변에 그런 병의원이 다 있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백신 접종비는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다. 세금, 인건비 등이 그것이다. 백신 접종 후 큰 수익이 남는 것이 아닌데 주위에서 덤핑을 하면 환자들이 '비싸다'는 식으로 꼬투리를 잡는다. 만약 저가 백신을 놔주고 싶다면 소리 소문 없이 하라"고 지적했다.
인근 C내과 의원도 덤핑 할인은 지역 내 접종비를 초토화시킨다고 하소연했다.
의원 관계자는 "한 곳에서 저가로 치고 나가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접종비를 내릴 수 밖에 없다. 비급여 가격 설정은 자유지만 접종비 할인을 미끼로 환자를 모으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마지노선은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도 "A의원 홍보 방식을 문제 삼을 수 없다. 다만 백신 종류별로 가격 홍보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