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평 남짓한 진료실에만 매달려 있는 개원의에게 새로움과의 조우란 '그림의 떡'인 경우가 허다하다.
취미라고 해야 고작 동료 의사들과의 골프나 등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골프와 등산은 물론 음악, 테니스 등을 섭렵하고 스포츠댄스에까지 발을 넓힌 팔방미인 여의사가 있다.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조내과의원' 조연희 원장이 주인공이다.
의사댄스동호회 DDC(Doctors' Dancing Club)의 창단멤버이기도 한 조 원장을 만나 스포츠댄스가 주는 매력과 개원의에게 취미활동이 어떤 의미를 주는지 들어봤다.
취미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 성향인데다 기본적으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같은 경우는 예전에 딸이 피아노를 전공하려 할 때 엄마로서 도움을 주기 위해 음악회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취미를 붙이게 됐다. 그런데 딸은 음악을 접었는데 정작 본인은 중독이 돼서 음악회를 다니고 있다. 특히 서울시립교향악단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어 서울시향의 공연은 거의 다 가는 편이다. 여행도 좋아해 일년에 몇번씩 다니고 있다. 조만간 캐나다 록키 산맥 트래킹에 도전할 예정이다.
스포츠댄스를 접하된 계기는.
10년전쯤 의사 간 친목 목적으로 시작했다. 광진구의사회에서 총무이사를 역임했을 당시 회원 간 단합을 위해 댄스가 좋겠다 싶어서 몇명이 모여 나이트 댄스로 시작했다. 그런데 우리 나이에서 나이트댄스는 별로 써먹을 때 없었다. 이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등록해서 스포츠댄스를 시작하게 됐다.
춤바람(?) 난 아내에 대한 남편의 불만도 있었을 것 같다.
같은 의사들과 춘다니까 처음에는 반대는 못하고 싫어하는 눈치였다. 참고로 스포츠댄스는 종류가 상당히 많다. 모던쪽으로는 왈츠, 비엔나왈츠, 퀵스템, 슬로우폭스트롯, 탱고 등이 있고, 라틴쪽으로는 룸바, 자이브, 차차차, 파소도블레, 쌈바가, 소셜쪽으는 라틴계열로 살사라인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왈츠와 탱고가 하고 싶었는데 모던쪽은 홀드가 상당히 강하다. 남녀 간의 밀착이 강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다른 남자와는 죽어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3~4년 전에 남편이 춤을 안 추면 안 된다는 의미를 담아 나는 나이 들어서까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남자와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남편도 스포츠댄스에 입문하게 됐다. 같이 춤을 안 추면 이혼이라도 할 것 같은 기세에 대놓고 반대는 못하고 한달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 같다.
아내와 함께 스포츠댄스를 추게 된 남편의 반응은 어땠나.
남편은 왈츠로 스포츠댄스를 시작했다. 한 달 정도를 배우더니 이 좋은 걸 왜 그동안 안 배웠는지 후회스럽다고, 너무 인생이 즐겁다고 했다. 이제는 남편이 버스를 기다리다 정류장에서도 연습하기도 한다. 스포츠댄스를 배우면 그렇게 된다.
부부가 함께 춤을 추면 애정도 돈독해질 것 같다.
솔직히 부부가 가까이 얼굴 맞댈 기회가 얼마나 되나. 거의 없다. 그런데 스포츠댄스는 붙어서 추는 춤이다. 부부가 함께 추면 정말 사이가 좋아진다. 함께 맞춰보고 연습하다보면 대화도 많아진다. 부부가 함께 커플댄스를 추는 것은 정말 강력히 추천한다.
이성과 추는 춤이다보니 불륜을 조장한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스포츠댄스라고 하면 불륜을 연상하는 등 기본적으로 안 좋은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춤을 추는 목적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목적을 이성에 두지 않고 춤 자체에 두게 되면 이성은 눈에 안 들어온다.
남에게 보여진다는 점 때문에 스포츠댄스를 접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의사댄스동호회 회원은 현재 126명이다. 이중에서 잘 추는 사람도 있고 관심은 있지만 차마 못하는 사람도 있다. 또 새로 배운 사람들에게 파티 참여를 권유하면 기본 스텝 밖에 못 밟는다는 이유로 차마 못 오는 이들도 많다. 잘 추는 사람도 몇 년 쉬면 기본 스텝만 가지고 춘다. 스포츠댄스는 자신이 즐겁고 상대와 교감하는게 중요하다. 못 춘다는 이유로 나서지 못하는 생각은 안 갖는게 좋다.
스포츠댄스가 다른 취미에 비해 좋은 점이라면.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 스포츠댄스는 운동도 되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할 수 있어 좋다.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특히 사고가 나면 진료를 할 수 없지만 스포츠댄스는 그런 리스크에 대한 위험성이 없다. 실제로 아는 의사 중에 산악자전거를 타다 골절상을 입은 분도 있다.
개원의에게 취미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다. 그러나 상당수 개원의들의 취미는 골프나 등산 등으로 획일화돼 있다는 생각이다.
그렇다. 의사들의 취미는 정말 획일화 돼 있다. 물론 골프도 좋은 취미지만 동료들과 같이 할만한 게 없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좀더 다양한 취미에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
다양한 취미에 눈을 돌리려면 계기가 필요할 것 같다.
물론 새로운 분야에 접근하기한 쉽지 않다. 생각은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할지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야기 해주고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계기일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서울시의사회 댄스동호회는 스포츠댄스를 생각하는 의사에게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회원가입만 하면 손 쉽게 스포츠댄스를 접할 수 있고 다들 의사다보니 아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진료실과 집 만을 오가는 개원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물론 진료실과 집 만을 오가는 것도 자기 생활 패턴이고 삶의 방식이다. 진료하고 집에 가서 쉬기도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무언가를 하기한 쉽지 않다. 그러나 귀찮고 힘든 것을 참으면 다른 세계가 열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무엇이든 기회가 되면 언제 해봐야겠다고 생각만 할 게 아니라 생각하는 순간 바로 부딪히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