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병 의원을 대상으로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 시행.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한 의료계는 제도를 맹렬히 반대했고, 건강보험공단은 제도 적극 홍보에 나섰다.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양 단체의 대립은 온라인에서도 계속 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은 익명으로 네티즌 토론광장인
'다음 아고라'에 게시된 포괄수가제 비판 글에 정부 제도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비판적인 토론이 오갔으면 상관없겠지만 공단 직원들의 댓글에는 욕설을 담은 악성댓글과 신상 파헤치기 댓글이 이어지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이는 곧 소송전이 됐고, 건보공단과 의협은 서로를
모욕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 고발했지만 지난해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차원에서 각각 취하했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직원 비방 악성댓글을 단 네티즌 고소는 취소 하지 않았다. 네티즌은 의사들이 었기에 의사와 건보공단의 대립은 계속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7단독은 12일 건보공단 직원을 비방하는 악플을 단 의사(피고)에 대한 2차 변론을 가졌다.
"익명이 요구되는 공간에 준정부기관 직원이 익명으로 정부의 제도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는 것이 정당한 홍보 업무입니까?"
피고 측 변호인인 장성환 변호사(법무법인 청파)는 증인으로 참석한 건보공단 직원에게 허를 찌르는 질문을 했다.
장 변호사는 "건보공단임을 밝히고 보도자료 등을 배포한다는 것은 이해가지만 익명이 요구되는 공간에 글을 올리는 것이 원래 홍보실 업무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익명성을 이용해서 건보공단 직원들이 일반사람인 것처럼 여러가지 아이디로 올렸다. 원래 홍보실 직원의 업무인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재판장도 같은 질문을 했다.
"아고라 광장은 건전한 토론의 장이 돼야 하는데 제도를 알리는 데 있어서 서로간의 비방도 있었다. 그것이 홍보실의 업무입니까?"
증인으로 참석한 건보공단 관계자는 홍보실 업무의 일환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는 "익명 게시판에서 굳이 실명을 밝힐 필요가 없다. 댓글이나 게시글 내용을 보면 건보공단 직원인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알리는 것이 홍보실의 본래 업무다. 공식적으로 기관명을 밝히지 않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홍보실 본연의 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방의 글을 게시한 데 대해서는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게시물에 사실만 올리지 감정적인 반응은 참아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주의를 줬다. 하지만 비방을 당한 여직원은 연인관계까지 신상이 털릴 정도였다. 단순히 거친 정도의 댓글이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검찰, 벌금 200만원 구형…피고 측 '무죄' 호소
증인 심문 및 변론이 끝나자 검찰은 피고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장 변호사는 최후의 변론을 통해 "당시 피고가 쓴글은 비판이 주목적이었다. 건보공단이라는 기관 자체가 모욕의 객체가 될 수 없다. 공단 이사장 등 개인이면 성립될 수 있지만 공단 자체가 어떻게 모욕을 당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당시 피고가 쓴 글은 건보공단의 업무 수행에 대한 비판이 주목적이었다. 국가기관은 건전한 비판의 대상이지 형법상 모욕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는 최근 판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표현에 있어서 미숙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인인 의사 노 모 씨도 우선 감정적으로 미숙한 표현을 쓴 데 대해서는 반성의 뜻을 표현했다.
그는 "수십명의 준 공무원이 동원돼서 신분을 감추고 한 직역을 죽이는 글을 쓰는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언어에서 미숙한 부분이 있었지만 개인을 모욕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후의 변론까지 모두 들은 재판부는 오는 7월 8일 오후 최종 선고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