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근무하면 서울 집은 언제 가냐고요?
키닥터(Key Doctor) 중에 주말 부부가 있어요. 그 분이 서울에 올라가는 날이 제가 서울 집 가는 날이예요. 집 근처까지 픽업(Pick up)을 하거든요. 그 이후 저는 집에 가게 되죠. 요즘 새로 생긴 저만의 법칙이에요.
눈치챘겠지만 저는 부산에서 근무하는 국내 상위 제약사 영업사원이에요. 원래 집은 서울이죠.
요즘 같이 의사 만나기 힘든 시기에 픽업 만큼 좋은 영업 방법도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업종에서는 지나친 편익 제공이라고 비아냥대지만 이 바닥에서는 이런 거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최근 업계 경향을 보면 의료진에 편익과 노무 제공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7월 시행될 리베이트 투아웃제 영향인 듯 해요.
회사는 난리죠. 저희 같이 나름 큰 회사나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클린 영업' 단어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교육을 해요.
불법과 합법이 여전히 모호한 상태에서 무리한 영업은 곧 '급여 삭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조심 또 조심'을 신신당부하고 있죠.
어쩔 수 있나요? 우리 같은 영업사원은 이런 상황에서 몸으로 떼우는 게 상책이예요. 지방에서 서울까지 픽업 서비스도 이래서 등장한 거죠.
병원 등 현장에서 키닥터와 오랜 시간을 갖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요. 하지만 지방에서 서울 픽업은 무려 4~5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요.
사실 핵심 고객과 4~5시간을 함께 있다는 자체가 부담일 수 밖에 없죠. 하지만 같이 있다보면 사람인지라 서로 정도 들고 나중에는 제품 홍보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요. 영업하면서 회사 비용으로 집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죠.
이제 곧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작된다네요. 영업 환경은 더욱 삭막해 질 것이 눈에 뻔히 보입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제가 하는 단순 편익 제공이 늘지 않을까요? 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 더 줄어들테니까요. 제가 생각해낸 지방 서울 픽업 서비스도 변하는 환경에 맞춘 영업 아이디어 중 하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