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에서 최대 격전지는 온라인 투표였다. 백중세를 보이던 추무진-박종훈 후보의 격차를 벌린 것은 다름 아닌 온라인 민심이었다.
대학교수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족쇄가 돼 민심의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박종훈 후보와 연고나 조직의 열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태욱 후보의 이야기를 통해 이번 선거의 승리 요인과 패인을 짚어봤다.
먼저 추무진 당선자는 노환규 전 회장 탄핵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노 전 회장의 공석으로 보궐선거가 시작된 데다가 노 전 회장 역시 추 후보선거 캠프의 고문으로 일하면서 젊은 세대의 표가 '개혁'을 구심점으로 표심을 발휘했다.
실제로 모바일에 익숙한 유권자 7800여명은 우편 투표 대신 온라인 투표를 선택, 추 후보에게 2698표를 몰아줬다. 박종훈 후보와 유태욱 후보는 각각 1273표, 539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와 관련 추 후보 캠프에서 일한 성종호 대변인은 "보궐선거는 고정표를 가진 회원들이 얼마나 잘 단결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캠프에서 발벗고 뛰어주신 여러 민초 의사분들의 노고도 기여했지만 추 후보의 개혁적인 성향도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데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경기도의사회장 선거에도 출마했던 추 당선인은 당시부터 개혁적인 태도와 이미지를 어느 정도 구축해 놓고 있었다"면서 "노 전 회장의 탄핵으로 인한 구 세대 의사들에 대한 반발 심리도 표심 집결에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노 전 회장과 추 후보간 개혁의 방향과 방법론은 다르지만, 개혁 기조 유지해야 한다는 회원들의 민심은 결국 '개혁파'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추 후보의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반면 고배를 마신 유태욱 후보는 조직의 열세가 패인으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유태욱 후보는 "이호상 대변인과 단 둘이 단기필마로 지금까지 뛰어왔지만 조직의 열세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1577표를 얻어 득표율 15.25%를 기록한 것은 성과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그는 "추무진-박종훈 후보로 대별되는 진보표와 보수표 사이에서 표심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다만 깨끗하게 페어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아무런 경고나 주의 조치를 받지않고 좋은 이미지로 남은 것은 나름의 성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기간동안 내 자신에 대해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면서 "얼굴도 모르는 전공의에게 가서 지지를 호소하며 머리 숙이고 인사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면서도 똑같이 머리 숙이는 자세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승리했다고 본다"면서 "한번에 당선됐다면 겸손을 배우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고 덧붙였다.
14%p 차로 쓴 잔을 들이킨 박종훈 후보는 '선입견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
박 후보는 "온라인 투표에서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날지 몰랐다"면서 "기간이 짧아 본인을 알리는데 부족했고 의협 회장은 개원의가 해야 한다는 일종의 선입견도 패인의 요인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역을 돌아다니다보면 개원의들은 '의협 회장은 아직 교수는 안 된다'는 정서가 많았다"면서 "병원쪽도 온라인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했을 때 그 후폭풍을 한나라당이 받았듯이 노환규 전 회장의 탄핵의 후폭풍이 추 후보 측 표심 집결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어쨌든 결과에 승복하고 추 회장을 필두로 회원들이 단결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들도 협회가 회무를 잘하는지 지켜봐 달라"면서 "추 후보의 문자 대량 발송에 대한 소송 제기도 없다"고 통 큰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