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위해 냉장고를 대형으로 교체하고 사무실 구조를 바꿨다.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일요일에 혼자 회사를 나와 화장실을 청소했다. 컵도 씻었다.
태준제약 이태영 회장(70)이 비영리단체인 '한국실명예방재단' 사무실로 첫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다.
그는 1978년 회사를 처음 설립하고 36년간 운영해왔던 업무를 뒤로하고 찾아온 새로운 일을 '설렌다'고 표현했다.
실명예방재단 이태영 회장(70)은 재단 사무실 첫 출근 후 대청소와 함께 근무 환경 바꾸기에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달 실명예방재단 17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장은 "실명예방재단은 올해로 41주년을 맞았지만 사무실 환경이 열악했다. 정리 정돈된 환경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고 믿는다. 아침에 눈만뜨면 회사에 오는데, 깨끗해야 오고싶은 마음도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 복지에 사용하도록 재단에서 나오는 판공비 3천만원도 쾌척했다. 야간식대, 직원 회식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화장실 청소, 컵 닦기 등 굳은일도 먼저 나서서 하려고 하는 것, 여기서 이태영 회장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다.
이 회장은 "이기는 전투를 보면 임금, 장군 등이 앞장 선다.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앞장서야 결실이 따라 온다. 먼저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년된 재단과의 인연 "돈 달라고 하는 게 마음 편하다"
태준제약은 안과 전문의약품을 주력해서 만들고 있다. 이태영 회장은 안과 전문의를 상대로 영업을 해야 했기에 자연스럽게 '실명예방재단'을 알게 됐다.
그렇게 우연한 이유로 맺었던 인연이 벌써 14년째다.
그는 회장까지 맡게되며 남은 여생은 '봉사'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회장으로서 주력할 일은 '기부'를 이끌어내는 것. 기부로 운영하는 재던이 발전할 수 있는 '틀'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약 좀 사주세요라며 영업하는 것보다 당당하게 돈 달라고 하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게 아니라 봉사라는 거룩한 일을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단의 사업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고 호응하느냐가 발전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아무리 훌륭한 사업이더라도 후원 없이는 안된다. 재단의 올바른 가치를 대중에게 얼마나 이해시키고 설득 시키냐가 기부, 발전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영 회장의 임기내 최종 목표는
'저시력 지원센터' 건립.
이 회장은 "우리나라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눈 보건정책을 수립, 조정, 감독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저시력지원센터를 통해 저시력에 대한 연구와 정책개발은 물론 환자치료를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시력지원센터의 롤 모델은 미국의 '라이트하우스(Light House)'다. 라이트하우스는 시각장애자를 위한 연구, 교육 기관이다.
그는 "눈 건강 지원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미국과 호주 등을 많이 견학하려고 한다. 무엇을 기본으로 해야 할지, 정부는 무엇을 도와주고 할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실명예방재단은?
한국실명예방재단은 1973년 '국민의 실명예방과 시력보호'를 위해 설립된 후 올해 41주년을 맞았다. 정부 지원과 기업 단체 및 개인 후원을 받아 저소득층 개안수술비 지원, 안과진료 취약지역 무료 이동 검진, 어린이 시력 조기검진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 눈 건강지킴이라는 목표에 맞게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해 '아이러브재단'이라는 별칭을 정하고 보다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