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특별등급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경증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의사 소견서에 의거해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소견서 발급자격은 신경과학회와 신경정신의학회, 노인의학회, 개원의협의회 등 11곳 학회 및 단체에서 치매전문교육을 받은 의사면 가능하다.
복지부는 여기에 한의사도 포함시켰다.
정부에 따르면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는 7월부터, 일반 한의사들은 이후 교육과정을 통해 소견서 발급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치매특별등급 의사소견서 발급에 한의사도 포함시킨다는 정부 발표에 의료계를 강력 반발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상 허용된 면허 범위와 현대의학에 대한 이해도 등을 이유로 한의사에게 치매특별등급 소견서 발급 자격을 부여할 경우 제도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의료법상 허용된 면허의 범위로 보나, 현대의학에 대한 이해도와 과학적 근거제시 가능여부로 볼 때 한의사가 현대 의학의 평가도구를 사용해 치매특별등급 소견서를 작성할 수 없으며 이를 허용하는 것은 면허제도의 근간을 훼손시키고 의료와 복지, 사회분야에 대혼란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의협 제38대 회장선거를 치루면서 한의사의 치매특별등급 소견서 발급과 관련된 논란은 온데 간데 없어졌고 정부는 별다른 마찰없이 치매특별등급을 시행하게 됐다.
문제는 한의학적으로 경증치매환자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느냐의 타당성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치매특별등급을 시행하기 전 선행치매관리 하에서도 한의사들은 이미 치매를 진단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또 치매특별등급용 의사소견서 작성에 핵심이 되는 MMSE, GDS, CDR 등의 진단도구도 의학적 소견을 위해 세계적으로 공용하는 툴이기 때문에 이 도구 자체가 현대의학에 기반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이 간과돼 있다.
MMSE가 경증 치매의 모든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의사의 전문적인 소견과 판단이 중요한 것이다.
심지어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정신의학과 전문의들조차 경증 치매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이야기 한다.
때문에 의사들도 치매특별등급 소견서를 발급하기 위해서는 신경과학회와 신경정신의학회, 노인의학회, 개원의협의회 등 11곳 학회 및 단체에서 치매전문교육을 받아야 가능하다.
그런데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차제하더라도 일반 한의사가 경증치매단계까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문제는 또 하나 남아있다.
복지부는 의사와 한의사의 소견서 방법을 달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어떻게 달리할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한 상태이다.
"의사소견서 발급에 있어서 의과와 한의과를 분리해 작성하는 방식 등을 통해 차질없이 시행할 계획"이라는 말뿐이다.
특히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학만의 프로토콜을 정리해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외 일반 한의사의 치매 의사소견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정리해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다.
그저 '한의학적 프로토콜'만을 강조할 뿐이다.
한의학적으로 경증치매 판단에 어떤 방법들이 가능하고 이를 일반 한의사들에게 어떻게 교육할 것이며, 그 교육의 효과는 어떨 것이라는 점까지 미리 알리고 검증을 받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차질없이 시행하겠다는 말만, 의사협회는 새 집행부 구성에만 신경을, 한의협은 한의학적인 프로토콜을 정리하겠다는 말뿐이다.
복지부가 지난 2012년 발표한 '국가치매관리 종합계획'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노인인구가 17.4% 증가하는 동안 치매노인은 26.8% 증가했으며 오는 2025년에는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치료·관리 비용 증가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그래서 치매의 조기발견과 지속적 치료·관리 효과가 중요하다.
치매 고위험군의 조기발견을 통해 치매의 발병을 2년 정도 지연시킬 경우 20년 후에는 치매 유병률이 80% 수준으로 낮아지고 중증도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치매 초기단계부터 약물 치료 시 5년 후 요양시설 입소율은 55% 감소하고, 요양비용은 연간 5174억원이나 절감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경증 치매의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매특별등급에는 이런 경각심이 반영돼 있지 않은 듯 하다.
치매특별등급은 단순히 경증치매 노인에 대한 요양서비스나 4만 7500원이라는 소견서 발급비용의 문제가 아닌 국민의 정신건강이 달린 중요한 사안이다.
국민의 건강을 놓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전제는 위험하다. 그런 생각이 아니라면 '이런 이유로 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한의협은 치매관리법에 한의사의 치매 진단이 명시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경증 치매 판정을 어떤 의학적 근거로 할 수 있는 지부터 설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아울러 복지부는 성과를 위한 '차질없는 시행'에만 힘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차질없는 시행을 위한 '검증'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