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병원에 왔을 때 어떤 병명이라도 붙여서 처방할 자신이 있다."
고려의대 내과학교실 신상원 교수는 과잉진단 및 치료의 문제점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7일 본부 대강당에서 '과잉진단 진료의 현황과 보험자의 역할'을 주제로 주최한 건강보장 정책세미나에서 "21세기 의료는 과잉진단과 치료를 빼놓고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자를 위한 의료가 아니라 의료를 위한 환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인한테 냉장고를 파는 사업같이 될 수 있다"며 "의사로서 가장 최고의 치료는 환자에게 치료받을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토론자들은 과잉진단 및 치료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의사와 학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학회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단, 치료에 대한 권위있는 기준을 적립하고 환우회 등 환자단체에서 감시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학회가 권위있고 투명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환자버전으로도 만들어서 다양한 방법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보공단 정책연구원 정현진 보험급여연구실장도 "학계에서는 과잉진단의 문제점을 느끼고 있는 그룹이 형성돼 매년 학술대회를 하고 있다"며 "국가기관 차원의 학술연구 작업 지원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 실장은 "현재는 의료행위보다는 약이나 치료재료 등에 대한 보상이 많다"며 "전문가가 갖고 있는 지식과 의사결정에 대해서 높게 평가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원 교수는 과잉진단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와 학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 시스템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지난 30년간 건보공단으로부터 3분이내로 진료할 것을 끊임없이 강요당하고 협박 받아왔다. 3분 이상 진료하는 사람은 도태되는 시대다"고 토로했다.
그는 "총보다 무서운게 돈이다. 빨리, 많은 양을 처방하고 검사하고, 수술할 것을 지난 30년간 강요당했다"며 "이런 환경에서 과잉진료가 의사의 책임, 학회의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고 반문했다.
의사나 학회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지났다는 것이다.
신 교수의 주장에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안형식 교수도 동의했다.
안 교수는 "의사들은 과잉진단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릴 정도로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의사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 역할을 정부 및 보험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