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시범사업 추진, 보건의료단체와의 연대 등 대정부 대응 방향을 두고 고성이 오가는 총회 장면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AMA Policy를 벤치마킹해 착수한 대한의사협회 버전의 KMA Policy 제정 작업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의협은 내년 공개를 목표로 이미 제안 방법과 심의, 최종 의결 방법 등 세부 모형을 도출한 상태로, KMA Policy 통한 의협의 정책 방향의 단일한 목소리 창출이 가능할지 주목되고 있다.
27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서울 코엑스 대한의학 EXPO에서 'KMA Policy 구축 사업 설명회'를 갖고 지난 1월부터의 추진한 제도 구축 경과와 제도를 통한 효용성에 대해 설명했다.
'AMA Policy 운영 현황 고찰'을 발표한 이정찬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사협회는 100년 전부터 AMA Policy 시스템 구촉, 운영을 통해 협회 내규, 정관, 제반 관리운영 사항을 규정해 왔다"면서 "대외적으로는 특정 보건의료 이슈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체계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기술하고 있다"고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AMA Policy는 의사결정 및 활동지침을 선언한 것으로써 이를 통해 모든 미국의사협회의 정책적 입장이 개발된다"면서 "이 같은 내용은 명문화되고 대외에 공개되기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이 확보되고 전문가로서 비전과 가치가 신뢰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AMA Policy에는 각 항목당 제안자와 결의안 번호, 임시대의원회 연도, 재확인 정기대의원회 연도를 기록할 정도로 이력 관리가 되고 있어 정책 결정 과정의 공신력과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새로운 집행부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정책 기조로 과거의 노선을 뒤짚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의협 판 KMA Policy가 필요하다는 소리다.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 역시 "의협 산하에는 비대위 등 여러 조직이 있다"면서 "과거 의약분업 당시 집행부의 입장 등을 알아보려 해도 책자나 녹취록을 다 살펴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KMA Policy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의협이 정책과 나갈 방향을 하나씩 정리해야 집행부가 바뀌고 정치적 상황이 바뀌더라도 대내외적으로 우리의 일관된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면서 "이번 작업이 의협의 시스템 매뉴얼 만드는 작업으로 내년 정기총회 공개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료정책연구소는 상당 부분 KMA Policy를 구체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KMA Policy 구축 및 활용 방안을 발표한 이얼 책임연구원은 "AMA Policy 시스템을 기초로 하되 장단점을 분석해 우리 현실에 적합한 모형 개발하고 있다"면서 "현재 의협 정관 및 내규 등과 조화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되 필요한 경우 개정안을 제시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KMA Policy 제안 방식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상임이사회, 지역의사회, 직역협의회, 대의학회, 중앙윤리위원회가 제안서 및 설명서를 작성해 상임이사회에 제출하게 된다.
또 제안 전에 사안의 경중에 따라 전문성이나 합의 도출을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경우 제안 단체가 해당 사안에 대한 공청회 및 토론회를 개최하거나 연구사업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된다.
대의원총회가 '승인' '수정 승인' '대체 승인' 등 최종 의결을 하면 승인 내용은 KMA Policy로 확정되며 시스템에 등록되고 웹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제안과 의결 과정을 통해 KMA Policy에 등재된 각 항목은 향후 유사한 보건의료 이슈가 등장할 경우, 협회의 방침을 결정하는데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날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은 "미국 대통령은 AMA 총회에 두번이나 찾아올 정도로 미국 의사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 의사사회는 전문가 단체지만 파업을 자주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KMA Policy 추진은 선진 의료 시스템에 걸맞는 역량을 갖추는 일이기 때문에 대의원회도 같이 힘써 돕겠다"면서 "이를 통해 양적, 질적으로 팽창한 의협의 정책적 목소리를 하나로 정리하고 선진 이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힘을 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