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선택진료비 축소 및 상급병실료 인하에 따른 수가개편안은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최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정부가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줄이는 대신 병원의 손해를 100% 보전해 주겠다며 선심을 쓰고 있지만 결국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수가개편안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자주 발생하는 수술, 처치, 기능검사 등 의료행위와 암과 같은 중증환자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수가인상 혜택을 볼 전망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상급종합병원의 대표주자인 서울대병원, 그것도 암 환자를 주로 보는 혈액종양내과 교수인 그가 왜 이 같은 지적을 했을까.
그는 수가개편안을 추진하는 정부 재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수가개편안은 앞서 영상수가 인하와 경증질환 약제비 차등제 등 의료기관을 쥐어 짜서 확보한 건보재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상급종합병원을 쥐어 짜서 확보한 예산을 다시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꼴이라는 얘기다.
정부는 수가개편안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손실을 줄여주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상은 결국 그 재정은 병원에서 흘러들어간 돈으로 생색만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허 교수는 정부가 보건의료 재정을 제 입맛대로 분배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병원을 쪼아서 움켜쥐고 있던 예산을 보궐선거 앞두고 생색을 내면서 정부 기준에 맞게 지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수가개편안은 파이를 늘린 게 아니다"라면서 "임플란트, 고가항암제, 소장 캡슐 내시경 등 기존에 비급여까지 급여화하면서 오히려 파이가 줄어든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건보재정 분배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현재 교육 정책에 비유해 지적하기도 했다.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되는 상황에서 고교 과정을 의무교육에 포함할 것인가를 논의해야하는데 이를 건너뛰고 대학교 반값 등록금을 논의하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적어도 필수의료를 정해놓고 그 순서대로 분배를 해야한다"면서 "가장 근본적인 간병비도 지원하지 않으면서 고가항암제를 급여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