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17년 성남시 태평동에 개원 예정인 성남시의료원을 두고 인근 개원가의 우려가 크다. 500병상 이상급의 공공병원이 들어서면 인근 개원가의 '먹거리'가 줄어 들기 때문에 반대와 우려가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막상 인근 개원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성남시의료원 건립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성남시의료원 건립이 아닌 성남시의료원의 역할에 대한 우려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지난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어느 정도의 착한 적자는 감수해야 한다"며 "시민의 세금은 시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이고 진짜행정"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성남시가 성남시의료원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공공의료는 과연 무엇일까. 성남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구시가지를 포함한 성남시에서 가장 필요한 의료와 진료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사전조사는 얼마나 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2003년 수정구, 중원구에 있던 성남병원, 인하병원의 폐업에 따라 두 병원이 차지하고 있던 700병상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구시가지 시민의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기존에 비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성남시의료원 공사현장 인근 500m 정도만 둘러봐도 십여개 이상의 동네의원들이 밀집해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진료과도 소아청소년과, 내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피부과, 비뇨기과, 안과 등 다양하다.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절대 부족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성남 구시가지의 응급의료 접근성이 열악한다는 주장도 새롭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성남시의료원 공사부지에서 분당차병원까지의 거리는 5km 남짓. 분당제생병원까지는 9km, 가장 먼 분당서울대병원까지만 해도 15km 정도이다. 물론 위급한 상황에서는 5km가 먼 거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대형병원이 몰려있는 신시가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최근 질병관리본부 조사에서도 성남시의 응급의료환경은 경기도내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경기도의 심정지 생존율은 3.3% 수준인 반면 성남시는 경기도 평균보다 두배가 넘는 7.2%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은 2.4%, 서울시 4.6%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심정지 생존율이 응급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응급의료를 이야기할 때 무시할 수는 없는 수치임은 분명하다.
반면 구시가지의 경우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의원은 한 곳 밖에 없다. 인근 개원가에 따르면 예전에는 다수의 분만 산부인과가 있었지만 한 산부인과의 저가공세에 못 버티고 모두 폐업했다. 요양병원도 다수 있지만 오래된 건물에서 노후된 시설로 운영하는 곳이 상당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남시는 의료원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공공의료의 목적과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무려 1436억원이 투입되는 성남시의료원은 심혈관·뇌혈관·관절센터 등 특성화센터와 응급의료센터를 비롯해 22개 진료과와 43개 진료실을 갖추고 전문의 66명이 상주할 예정이다.
지역내에서 넘쳐나는 진료과를 굳이 강화하기 위해 22개나 되는 진료과를 둘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분만 산부인과, 요양병동 등 지역내 미충족 필수의료와 민간의료기관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효과적일 듯 싶다.
성남시의료원 인근 개원가 역시 성남시의료원이 후자의 기능을 수행한다면 건립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성남시는 벌써부터 성남시의료원과 인근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성남시의료원 설립추진단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성남시의료원이 공공병원인만큼 공공의료의 일정부분을 커버하는 것은 맞지만 미충족 의료나 의료급여 환자 진료 등에만 너무 치우치면서 무작정 적자를 감내할 수는 없다"며 "불가피한 부분은 인근 개원가와 경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의료원의 수익창출을 위해 이미 민간의료기관에서 제공하고 있는 의료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민간과 싸우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병원이 무슨 공공병원이란 말인가.
물론 오로지 시비만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정적인 부담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이라면 이른바 '착한 적자'에 대해 전향적으로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다만 '착한적자'를 지금의 공공병원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으로 해석해선 안 될 것이다. 민간의료기관과 명확히 구분되는 역할을 정립한 이후 그 역할 수행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자체와 정부가 부담한다면 어느 누가, 어느 민간의료기관이 딴지를 걸 수 있을까.
성남시가 말하는 공공의료는 공공의료의 탈을 쓴 '관급의료'에 불과하다. 다행히 성남의료원은 설계가 마무리되지 않아 본격적 공사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보면 공공병원으로서 성남시의료원의 역할을 정립하기 적기인 셈이다.
만일 성남시의료원이 이같은 고민과 노력없이 민간과의 경쟁을 각오하고 미충족 의료가 아닌 일반진료를 목적으로 개원하게 된다면 공공병원이 아닌 의료생태계를 파괴하는 '황소개구리 병원'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