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임을 앞둔 명의들을 잡기 위해 중소 대학병원들이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치고 있다.
명성이 자자한 만큼 병원 이미지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데다가 교수를 신뢰하는 환자군을 그대로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종 인맥을 동원하고 파격 조건을 내걸며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퇴임을 앞둔 대형병원 정형외과의 A교수가 대표적인 경우. 이 교수는 이미 서울권 대학병원 2~3곳에서 이미 러브콜을 받은 상태다.
그는 각 언론에서 명의로 이름을 날린데다가 지금도 수술 대기가 6개월이나 잡힐 정도로 많은 환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입 1순위로 꼽히고 있는 인물.
실제로 이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 병원은 원장 대우에 준하는 센터장 자리를 제안하고 진료와 연구 스케줄 모두를 일임하는 조건을 내걸고 영입에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고난도 수술의 대가인 만큼 환자 유치와 홍보도 중요하지만 젊은 교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대학 선배인 병원장이 직접 접촉할 정도로 영입에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또 다른 대형병원에 함게 근무중인 소아청소년과 B교수와 내과 C교수도 수많은 제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은 이들 모두를 영입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 또한 명의 영입으로 큰 효과를 본 서울의 다른 대학병원도 C교수에게 영입 제의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면 이들 병원들이 이처럼 정년 퇴임 교수들에게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병원 이미지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빅5병원 출신 교수라는 타이틀 만으로도 이미지 상승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아울러 이들 교수들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환자군을 그대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대다수 교수들이 후배 교수들에게 환자를 맡기고 나오기는 하지만 그 교수를 신뢰하는 환자들은 교수를 따라 병원을 옮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입으로 효과를 본 대학병원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가장 공격적으로 퇴임 교수들을 영입하고 있는 곳은 건국대병원과 중앙대병원 등 중위권 대학병원들이다.
건국대병원은 현재 의료원장을 맡고 있는 양정현 교수가 삼성서울병원 출신이며 류마티스 대가인 서울성모병원 출신 김호연 교수, 소아심장병 명의 서동만 교수 등을 잇따라 영입하며 명의 마케팅을 선도하고 있다.
중앙대병원도 마찬가지. 갑상선 명의인 조보연 교수를 서울대병원에서 영입해 갑상선센터를 오픈했고 올해만 서울대병원 박귀원 교수를 비롯해 최근 세브란스병원 중환자 전문가인 고신옥 교수까지 영입했다.
그러나 이들 병원들이 계속해서 명의를 영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형병원들도 퇴임 교수들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방어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B, C교수가 근무중인 병원은 지난해에도 정년 퇴임 교수들을 명예 교수로 위촉하거나 분원에 초빙하는 형식으로 발을 묶었다.
비록 정년을 마쳤지만 현역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병원에 상당한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대형병원 보직자는 "이미 한 분야에서 대가를 이룬 교수들은 경제적인 조건 보다는 명예와 진료, 연구 욕심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특별한 인맥이나 연이 있지 않으면 모교에 남는 것이 그 이유"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