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과의 진료비 청구권 이관, 자동차보험 심사에 이어 산업재해 보험, 민간보험 등 심사일원화, 적정성 평가, 합리적인 심사 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둘러싼 이슈와 과제들이다. 산적해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심평원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는 최근 창립 14주년을 맞아 '심평원 기능과 역할'을 주제로 건강보험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에는 연세의대 김소윤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신기철 교수, 연세대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 등이 참석했다.
심평원 내부에서는 최명례 기획조정실장, 박인범 DUR관리실장, 김형호 조사기획부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윤석준 심사평가연구소장이 맡았다.
좌담회에서는 심평원의 현재에 대한 거침없는 쓴소리가 나왔다.
정형선 교수는 "심평원은 건보공단보다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의 신임을 상대적으로 더 받는 조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건보공단과 겹치는 행정업무 분야로 인해 갈등이 나오고 있다. 보험자와 공급자사이 완충역할을 중요한 조직인만큼 완충자로서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기철 교수는 "심평원은 업무가 매뉴얼화 된 상황에서 미래지향적인 심사부분이 부족하다. 중립성과 전문성이 더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심사건수에 대한 전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소윤 교수는 "내부적으로 심사건수가 너무 많아 지금 같은 심사방식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많은 물량을 건건히 모두 심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심사기준과 방식자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사후심사에 치우치다보니 적정성에서는 다소 미흡하다. 국민 입장에서 심사평가를 하는 게 아니라 보험재정을 위한 심사평가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백내장 수술을 예로 들었다. 심평원은 백내장이 포괄수가가 되면서 사전절차가 줄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추가적인 시술로 환자 부담이 늘어나는 단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형선 교수는 지불제도 변화에 대해서도 심평원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포괄수가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내년말까지 확정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내년 초 쯤에는 구체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불방식에 따라 공급자의 행태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지불제도는 건보정책의 핵심이다. 심평원은 지불단위 설정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임상전문가들의 의견을 집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과의 통합 효율성 있을까" 의문
건보공단이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심사․청구 일원화 주장, 기획재정부가 최근 내놓은 건보공단 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효율성 측면에서 참가자 대부분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신기철 교수는 "중립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두 기관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건의료에 대한 신뢰의 측면에서도 심평원을 독립시켜 심사전문기관으로 두는게 좋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무의 효율성을 따지면 심평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감독기능의 심평원을 독립시켜 중립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알맞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소윤 교수도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합쳐도 기능이 없어지지 않기때문에 다를 것이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조직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커지는 것이 좋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효율성 측면에서 비슷한 조직간의 통합이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통합됐을 때 거대조직의 특성상 빠른 대응이 어렵다. 모든 것을 하나로 통합하기 보다는 건보공단과 건강증진재단, 심평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비슷한 조직간 커플링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심평원도 '효율성'을 문제로 건보공단과의 통합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최명례 실장은 "공기업 방만 경영에 대한 문제가 나타났을 때 비효율적인 기업과 비교해서 심평원은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박인범 실장도 "기관의 통합은 심각한 문제가 있을 때 필요하다. 건보공단과 합쳤을 때 과연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해봐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