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봉 4000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하는 게 말이 되나."
"연봉 4000만원은 말도 안 된다. 최저임금제 규정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데 고액연봉자가 웬말이냐."
이는 현대자동차 얘기가 아니다. 얼마 전 직장폐쇄 조치로 제2의 진주의료원 우려를 낳았던 속초의료원 노사간의 엇갈린 주장이다.
속초의료원 박승우 의료원장은 최근 노조원의 연봉과 인근에 동일한 규모의 의료기관 근로자들의 임금을 전격 공개했다.
노조 측의 임금인상안(6.8%)을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위해서다.
"평균 4천만원 연봉…인건비 부담 너무 크다"
속초의료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의 경우 의료원은 평균 4026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반면 동일한 규모의 A병원과 B병원은 3000만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심지어 D병원은 2800만원으로 의료원 간호사의 연봉보다 약 1.5배 낮았다.
연봉격차는 의료직 보다 일반직인 의료기사와 사무직, 기능직에서 더욱 확연하게 드러났다.
속초의료원 의료기사(영상의학과)의 평균 연봉은 4892만원인 반면 B병원과 C병원은 2800만원으로 매우 낮았다.
일부 A병원과 D병원은 3100만원, 3400만원으로 3000만원 초반대을 유지했지만 5000만원에 육박하는 의료원 의료기사의 연봉과는 비교가 안 됐다.
일반 행정직의 경우에도 의료원은 평균 4050만원으로 4000만원을 훌쩍 넘겼지만 A병원과 B병원은 모두 1800만원에 그쳐 약 2배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박승우 의료원장은 "당초 노조원의 연봉을 발표할 계획은 아니었지만 노조와의 갈등이 깊어져 노조 측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혀야겠다고 생각해 공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속초의료원은 토요일 근무를 하지않음에도 불구하고 토요일까지 근무하는 인근 민간병원보다 약 1.5배~2배 연봉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료원장은 "경영적자 상황인데다 임금 체불까지 예상되는데 노조가 요구한다고 임금을 인상할 수는 없다"면서 "임금인상 방법이나 적용시기는 경영상황을 고려해 반영할 것"이라고 거듭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복리후생비 포함한 연봉…사실과 다르다"
이처럼 의료원 측이 연봉을 공개하며 다른 병원과 비교한 표를 발표하자 노조는 '속초의료원 정규직 실제연봉'을 정리해 반박에 나섰다.
노조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 5년차 연봉은 2039만원, 10년차가 3234만원, 15년차가 3514만원이며 20년차가 돼야 4176만원이 된다. 5년차부터 20년차까지 평균을 내보면 약 3200만원에 불과하다.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 연봉도 의료원이 제시한 내용과 크게 차이가 난다.
연봉 수준이 다른 이유는 의료원은 당직수당 및 복리후생비까지 포함한 연봉이고 노조는 월 임금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
속초의료원 함준식 지부장은 "의료원이 발표한 연봉은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면서 높아진 것일 뿐"이라면서 "개인적으로 내가 방사선과에서 의료기사로 20년 넘게 근무했는데 연봉이 4500만원(세전)이다. 이게 많은 건가"라고 되물었다.
임금 인상 등 노사간 입장차가 극명한 가운데 양측 모두 좀처럼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속초의료원 노조의 2차 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