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달빛 어린이병원'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다 근본적인 소아진료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9월부터 '달빛 어린이병원' 시범사업을 전국 8개 병원에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며 "야간에 갑자기 복통이나 고열 등으로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환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도와주려는 도입 취지는 이해하나 파생되는 문제점을 무시하는 잘못된 제도"라고 비판했다.
앞서 2013년 3월부터 정부는 소아 경증환자의 야간·휴일 진료 편의성 제고를 위해 6세 미만 소아의 기본진찰료를 20시부터 다음날 7시까지 100% 가산했으며,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아 환자 야간진료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전국에 4,367개가 있다.
소청과의사회는 "하지만 소아 야간진료 건수는 작년 2분기 16만5000여 건에서 4분기에 15만5000여 건으로 지속 감소추세에 있다"며 "진료 건수가 줄어들면서 야간진료에 참여했던 의료기관의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고 이번 정책으로 야간진료를 포기하는 의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다.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가까운 일차의료기관이 아닌 멀리 떨어진 달빛 어린이병원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국민편익을 위하려는 본래의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소청과의사회에 따르면 심화하는 저출산으로 인해 소청과 전문의의 폐원이 늘고 있으며, 개원 시 비급여질환, 성인 만성질환을 전문 과목으로 표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소청과의사회는 "일본의 경우 소청과 개원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발생한 의료 공동화 현상으로 소아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6세 미만 소아 환자의 진료 시 최소 26%에서 많게는 수백%의 가산율을 인정해 주고 있다"며 "소아 가산율이 2~9%인 우리나라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청과의사회는 "소아 환자의 야간진료를 위한 의료시설은 필요하지만, 야간진료의 부적절한 활성화는 소아 의료체계의 심각한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며 "야간진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급을 제외한 동네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의료 공동화 현상을 유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적은 수의 아이를 더욱 건강하게 키워야 하는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야간진료 활성화는 이를 위한 근본대책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소청과의사회는 "동네에서 주치의 역할을 하는 일차의료기관이 활성화돼야 하며, 특히 소아에서는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과 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정부정책은 병원의 야간진료를 지원하기보다는 동네의원의 진료를 활성화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진료비의 소아가산 인상, 육아관리제도의 도입, 유소아 본인부담금 인하 등의 제도적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 큰' 달빛어린이병원으로 영세한 소아청소년과 의원들을 문 닫게 하지 말고 경증소아응급환자들이 동네 안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 주기를 당부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