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숙 신임 회장은 '윤리의 생활화'를 목표로 더 이상 의사들이 윤리로 골치를 썩는 일이 없어질 때까지 회장으로서의 소임과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당선 소감을 대신했다.
1일 의료윤리연구회는 오후 7시 30분 의협회관 3층에서 제4차 정기 총회를 갖고 회무·재무 보고와 3대 회장의 인준 등의 일정을 진행했다.
먼저 이날 총회에서는 전임 홍성수 회장에 이어 3대 회장으로 주영숙 회장을 추대했다.
주 회장은 "신임 회장으로서의 목표는 더 이상 의사들이 의료윤리를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게 하는 것이다"면서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면 회원들의 윤리적인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고 운을 뗐다.
그는 "사회적으로 자꾸 진료를 꼬아서 생각하다 보니 청진기로 진찰을 해도 환자들이 성추행을 하는 건 아닌지 경계하기도 한다"면서 "환자들이 병을 고치러 병의원에 가서도 의사를 의사로 보지 않고 그냥 사람으로 보는게 아닌지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사들이 이런 분위기 때문에 청진하고 알 수 있는 병도 청진하지 않고 다른 검사를 진행한다"면서 "이런 병폐는 결국 환자들에게 다 돌아가기 때문에 윤리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잘 스며들어서 일부러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풍토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주영숙 회장과의 질의 응답이다.
의료윤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4년 전 이명진 전임 회장이 연구회를 만든다고 했다. 당시는 도가니 사건이니 프로포폴이니 윤리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던 때였다. 발족하는 데 참여했다가 여기까지 왔다.
이미 의협에서 일하고 있어서 회장직을 맡는 것이 너무 일에 욕심을 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망설였다. 하지만 연구회의 세대별 폭과 저변을 넓히는 것이 의료계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 아래 연구회를 이끌게 됐다. 조용히 연구회를 지키는 일원으로 역할하고 싶다.
연구회 운영 계획은?
지금까지 존엄사라든지 사회적으로 불거지는 이슈를 다뤄왔고, 해외 면허 자격이 어떻게 운영되는 지 하는 부분을 공부해 왔다. 지난 해에는 의철학을 공부했다. 이제 신임 회장이 된 만큼 다시 운영위와 상의해서 강의 패턴과 방향을 고민하겠다. 윤리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윤리의 기본이 되는 철학과 인문학도 같이 공부하도록 할 생각이다.
사회적으로 독서량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도서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자리 를 마련하고 싶다. 올해는 진료실에서 접할 수 있는 윤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고 싶다. 의협 연구소와 의논할까 생각 중이다.
실제로 제도가 바뀌어 성범죄를 저지르면 10년간 면허정지 당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분들도 있다. 성범죄 경력조회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분도 있다.
사회가 바뀌었기 때문에 맨날 보던 환자를 과거와 똑같이 보다가 문제가 되는 경우까지 있다. 산부인과에서 환자와 진료실에 단 둘이 있거나 청진하는 것도 성추행이 적용되기도 하니까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변화를 알려주는 정보 전달 필요하다는 게 연구회 차원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의료윤리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의료는 서비스가 되면 안 된다. 서비스가 되면 의사는 환자를 병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고객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병을 가진 환자와 고객은 엄연히 다르다. 의료서비스 사회에서 의사는 비위를 맞춰야만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 의료가 서비스가 아닌 사회에서는 의사가 병든 환자를 고치면 좋은 의사가 된다.
이렇게 의료서비스 사회가 되면 의료윤리가 망가지는 게 아닌가 한다. 의사는 환자를 대상으로 보고 고객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말도 안되는 수가 때문에 이렇게 꼬인 부분이 있다. 파트너인 정부, 의협이 수가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존경받는 사회가 돼야한다.
과거에는 의사들이 그냥 병을 고쳐주는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환자가 아는 것도 많고 자꾸 경계의 눈빛을 갖고 보기도 한다.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물론 일부 이상한 의사들도 있겠지만 많은 의사들은 제자리에 계속 있어왔다. 비윤리적인 한 두 의사들이 부각되다 보니 모든 의사들이 그런 것 마냥 호도됐다. 왕따, 살인 사건 등을 보면 윤리라는 문제가 비단 의료에 결부된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다. 연구회 활동을 통해 의료만큼은 성역처럼 지켜 나가고 싶다.
4년간 의료윤리연구회의 변화는?
솔직히 지금까지 이어져 온게 신기할 따름이다. 회원들의 힘이 컸다.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 온 게 원동력이다.
이명진, 홍성수 전임 회장들은 언론에 나가 윤리를 강조하거나 글쓰는 걸로 윤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반 회원들도 SNS에서 계속 윤리적 이슈와 윤리적 행동을 강조하며 윤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4년간 열심히 달려왔지만 윤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 등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저변 확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의료윤리에 관심있는 의사들이 늘고 있어 연구회가 있다는 걸 알고 무엇을 공부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 회원은 1800명을 돌파했고 오프라인에서 꾸준히 모임에 참여하는 분들도 100여명을 훌쩍 넘어섰다. 이비인후과의사회, 서울시의사회, 소청과의사회 등 단체 회비를 내는 회원들도 늘어났다. 회비 없이 참가비 내고 참관하는 분들도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윤리적 문제로 도마에 오르는 것을 의사들은 속상해 한다. 억울하다고 빠져나갈까 궁리부터 하는 의사들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같이 연구하고 공부해 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같이 연구를 하다보면 진료 중에 오해를 산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이런 문제들을 극복했는지 공감할 수 있다.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방법은?
의협 의료윤리위원회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강력히 대응하면 좋을 텐데 한계가 있다. 면허를 정지시키거나 박탈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지부에서 제재하거나 판결이 나오기 전에 확실히 사실관계가 드러난 비윤리적 행위에 대해서는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억울한 회원 피해는 없어야 하지만 수면내시경 중에 강간을 했다거나 시체를 밖에서 유기했다는 식의 확실한 행위에 대해서는 마땅한 징계가 필요하다.
윤리위원회가 더욱 강한 힘을 가져야 한다. 복지부가 윤리위원회에 더욱 강한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면허 정지, 박탈할 수 있는 힘을 갖춘 기구와 조직이 필요하다. 좀 더 확실한 위원회가 있어서 회원이 제재를 당해도 억울하다는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객관적, 공정한 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