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후반, 병원계에 척추관절 질환을 특화한 개원 붐이 한창일 때 파격적인 홍보를 앞세우며 튼튼병원이 등장했다.
병원은 지난 2008년 안산에서 시작해 개원 2년만에 척추·관절 수술 6천례를 달성하며 급성장했다. 전국 각지에 지점도 빠르게 늘려갔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튼튼병원은 개원 3년만인 지난 2011년, 공동개원하고 있던 A대표원장과 B대표원장이 분리 경영을 선언하면서 한지붕 두가족이 됐다.
튼튼병원이라는 브랜드는 함께 쓰되 지점을 나눠서 각각 운영하기 시작한 것.
두 대표원장은 분리 경영을 시작한 이후 서로 경쟁적으로 병원을 키워가며 파격적인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일단 유명 스포츠 스타를 병원 광고모델로 전격 발탁, 고가의 광고비를 감수하며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다.
전국 각지의 버스, 지하철, 도로 등 옥외광고판은 튼튼병원의 광고로 도배했다.
덕분에 환자 수와 함께 수술 건수가 급증하며 척추관절병원 사이에서 확고히 자리를 잡아 나갔다.
보건복지부 사무관 조차 튼튼병원이 척추관절 전문병원인 줄 알았다는 웃지 못할 사연은 튼튼병원의 압도적인 인지도를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때까지만 해도 튼튼병원의 상승세는 마냥 계속될 것 같았다.
하지만 튼튼병원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할수록 병원계에선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기 시작했다.
일선 중소병원장들은 입을 모아 높은 광고비를 감당하기 위해 과잉진료 및 수술 의혹을 제기했다. 때 마침 척추관절병원의 무분별한 수술이 핫이슈로 부각되면서 언론이 표적이 되기도 했다.
특히 전문병원들은 튼튼병원을 염두에 두고 "과잉진료 및 수술을 일삼는 의료기관이 전문병원을 표방해 무고한 전문병원이 피해를 본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본격적인 몰락은 그 이후였다.
튼튼병원은 의료기기 관련 리베이트 수수혐의에 이어 의료기관 이중개설 위반까지 겹치면서 수백억원의 환수조치를 받았다. 게다가 두 대표원장 중 한명은 여전히 수감 중이다.
나머지 한 대표원장은 튼튼병원에 '참'을 붙여 '참튼튼병원'으로 명칭을 바꾸고 재기를 꾀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의 과잉진료 과잉수술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평생' '책임' '최선'을 모토로 내걸고 다시 한번 비상을 준비 중이다. 지난 2일에는 모 일간지에 병원광고 전단을 끼워 대대적인 광고를 실시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든다. 이름을 바꾼다고 '속'까지 바뀌는 걸까.
한 중소병원장은 "과거의 행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브랜드를 바꾸는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대대적인 광고로 환자를 끌어모으고 광고비를 메우기 위해 검사와 수술을 남발하는 행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명칭 변경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호박에 줄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것은 아니다. 튼튼병원이 새도약을 꾀하기 위해서는 호박의 줄과도 같은 이름의 변경보다는 가장 기본인 진료와 검사 및 수술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