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갑 원장에 이어 윤여규 원장까지 중간에 그만두고, 국립중앙의료원이 이것 밖에 안 됩니까."
국립중앙의료원 한 스탭은 보건복지부의 윤여규 원장 사표 수리 소식을 접하고 허탈감에 빠진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윤여규 원장(64, 외과 전문의)은 지난 8월말 서울의대 복귀 등을 이유로 복지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문형표 장관은 9월 1일부로 사표를 수리하고 면직 처리했다.
의료원은 원장 임기 만료를 불과 3개월 앞둔 상태에서 벌어진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임 박재갑 원장(외과 전문의)의 경우, 3년 임기의 절반을 남겨놓고 노조 갈등과 국방의전원 문제로 사표를 제출하고 서울의대로 복귀한 바 있다.
한 스탭은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지난 5년간 의료원을 키우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연이어 중도 사퇴했다"면서 "이유가 어찌됐든 하다 안되면 교수직으로 돌아간다는 식의 모습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누가 원장으로 올지 모르나, 원장직을 잠깐 지나가는 자리로 생각한다면 의료원의 발전은 요원하다"며 "서울대병원 출신을 충원해 전문의 수는 늘었지만 외래와 입원 등 실질적 진료수익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꼬집었다.
현재 의료원 전문의 수는 102명으로 이중 서울의대 출신이 50% 가량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실 역시 환자 감소와 간호등급제 여파로 일부 병동을 폐쇄한 상태로 600병상에서 500병상으로 대폭 축소된 상태이다.
다른 스탭은 "박재갑 원장도 윤여규 원장이 복지부 눈 밖에 나서 나간 것이 아니냐"면서 "차기 원장을 공모하더라도 서울대병원 아니면 세브란스 출신이 온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회자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료원 내부에서는 문형표 장관(연세대 경제학과)과 국립중앙의료원 정책 실무책임자인 권준욱 공공의료정책관(연세의대) 모두 연세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학연 인사를 우려하는 시각이다.
의료원 정관상 원장 직무대행은 서울대병원 오병희 원장이 맡아 주요 업무를 결제 중에 있으며, 실무는 이종복 부원장이 담당하고 있다.
이종복 부원장(비뇨기과 전문의)은 "중요한 것은 원지동 이전 등 의료원 예산확보를 위한 힘 있고, 자기를 희생할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위기가 기회이자 마지막 결정의 시기"라며 정부의 현명한 선택을 주문했다.
이 부원장은 이어 "원장 대행 실무를 맡으면서 의료원 재정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적자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전하고 "차기 원장 임명까지 전 직원이 합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오는 19일 전문의협의회와 임원진 정례회의를 열고 원장 공백 사태에 따른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박재갑 전 원장은 서울의대 정년퇴임 후 국립암센터에서 진료 중이며 윤여규 전 원장은 내년 2월 서울의대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