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 선택진료비 감축안 후폭풍|
선택진료비 감축에 따른 보상 방안으로 내놓은 협의진찰료와 다학제 진료 수가가 오히려 병원의 편법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수익이 줄어든 병원의 입장에서 교수들에게 다학제 진료를 무리하게 요구하다보니 형식상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A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20일 "최근 다학제 진료팀을 구성해 운영하다보니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특히 병원에서 이를 적극 권유하다보니 교수들이 어거지로 모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특히 사실상 의학적으로 치료법이 정해진 바와 다름없는 환자들도 다학제 진료라는 명목 아래 논의를 진행한다"며 "다들 별 할말이 없으니 5분만에 얘기를 끝내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보전 방안으로 최근 협의 진찰료를 인상하고 다학제 통합 진료 수가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협의진찰료는 병원급을 기준으로 4790원에서 8740원으로 인상됐으며 5인 이상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면 14만 1510원의 수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자 당장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손실분을 만회하고자 병원에서 협의 진찰과 다학제 진료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이같은 방안이 발표된 후 각 대학병원들은 앞다퉈 다학제 진료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나서고 있다.
과거 대형병원 일부에서만 시행하던 다학제 진료가 중소 대학병원은 물론, 지방권까지 일제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듯 다학제 진료의 초점 자체가 보다 나은 치료법 모색이라는 근본적인 목적이 아닌 선택진료비 축소에 따른 수익 개선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대형병원의 폐암센터장은 "우리 병원의 경우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다학제 진료가 진행됐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라며 "또한 중증도가 월등히 높은 환자들이 내원하는 것도 한 몫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상황에서 지방의 중소병원에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환자가 수술을 받는지도 솔직히 의문스럽다"며 "병원의 권유와 강요로 진행하는 협의가 진성정이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일선 대학병원들은 제도 초기에 나타나는 시행착오라는 입장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협진제도가 정립될 것이라는 의견인 셈.
B대학병원 다학제 진료팀장은 "이제 첫 발을 딛었는데 이미 뛰기 시작한 대형병원들과 비교할 수가 있겠느냐"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가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