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약계에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 하나가 있다. 바로 CP(컴플라이언스) 활동 흔적 남기기다.
실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이후 큰 제약사나 작은 제약사나 가릴 것 없이 "우리 이렇게 CP 활동했어요"라는 홍보에 여념이 없다.
한국제약협회 역시 지난 1일 자체 조사 결과 윤리 경영 동참 회원사는 49곳이며 앞으로도 동참사는 크게 늘 것이라고 장담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제약계는 왕성한 CP 활동에 푹 빠져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CP 활동에 부담을 느끼는 제약사가 많다. 남들이 하니 어쩔 수 없이 한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제약사 사정은 더 그랬다. 취지엔 공감하지만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는 업계 분위기가 부담이라고 했다.
최근 중소제약사를 방문했을 때 일이다. '준법 영업 준수'라는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층 한 면을 다 채우고도 남을 정도의 엄청난 크기였다.
CP 기사 사진으로 써도 되냐고 물었다. 그런데 CP 활동을 자랑하는 업계 분위기와 달리 이 회사 임원은 손사래를 쳤다. CP 활동이 그다지 왕성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CP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랑할 정도는 아니다. 준법 경영 동참 취재는 동감하지만 큰 제약사만큼 조직적으로 운영할 여력은 솔직히 없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자꾸 CP 활동 결과물을 내놓으라는 분위기다.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지금 제약계를 보면 CP 활동 흔적 남기기 병에 빠지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든다. 남들이 하니 너도 나도 따라하는 분위기다.
모 제약사는 CP 활동 결과를 연 4회 이상 인터뷰를 통해 언론에 나가야한다는 것을 의무 방침으로 세웠을 정도다.
분명 CP 활동은 그간 리베이트 영업 등의 행적을 봤을 때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CP 활동 흔적 남기기 병에 빠지려는 제약계의 일부 모습은 씁쓸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