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에서 유명한 척추ㆍ관절 전문병원이고 담당 의사가 수술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해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 병원을 찾았던 것, 의사 말대로 수술을 받았던 것, 좀 더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지 못한 것 모두 너무 후회됩니다."
유명 연예인 광고 믿고 무릎 관절 수술을 받았다가 장애를 얻고 병원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까지 당한 환자 권태현 씨의 사연이다.
권 씨의 사연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13일 서울 종로에서 개최한 제12회 환자 샤우팅카페에서 소개됐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던 권 씨는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 등을 하다가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척추 관절 관련 네트워크 병원을 찾았다.
권 씨는 '장경인대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주사 중심의 시술이 이뤄졌다.
두번째로 병원을 찾았을 때, 담당의사는 권 씨에게 수술을 권했다.
권 씨는 "이마를 꿰매는 것만큼 간단한 수술이라는 의사의 말을 믿었다. 수술 후 마취에서 깼는데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일시적인 현상이니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권 씨는 억울한 마음에 병원 앞에서 시위를 하고 방송에 출연해 사실을 알리기도 했으며 인터넷 사이트에 방송 화면을 캡처해 글을 올렸다.
병원 측은 권 씨를 상대로 영업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을 재기했다. 결과는 권 씨의 패.
권 씨는 "소송 과정에서 저의 일상생활 모습을 병원이 몰래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병원 측은 저와 비슷한 신체조건을 가진 남성이 달리기를 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증거자료로 내고 가짜 환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씨의 사연을 들은 구영신 변호사(법무법인 제현)는 "병원을 상대로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적극 고려할 수 있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병원 측이 권 씨의 집 근처에서 사진촬영을 했다면 초상권 및 사생활 침해로 손해배상청구를 재판에서 따져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북부병원 권용진 원장은 "의사로서 장경인대증후군 진단을 받아 호전되고 있는 환자에게 수술을 권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환자단체연합은 권 씨의 사연에 대해 진실관계를 따져 의료적, 법률적 검토를 해 나갈 예정이다.
안기종 대표는 "일부이긴 하지만 대형병원이나 네크워크병원의 의료사고 대응방식이 소송 남용으로 이어져 환자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권 씨의 내용이 진실이라면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