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바이러스 확산의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피해 지역에 보건인력을 파견키로 결정한 가운데 정부가 높은 등급의 안전보호구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의료진을 통한 국내 에볼라 전파의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에 부적합한 Level D 등급의 안전보호구가 국내에 보급돼 있어 의료진 파견시 유럽과 같은 Level C 이상의 보호구가 지급돼야 하고 전문가 단체 주도의 의료진 파견과 사전교육 등 관리 체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22일 에볼라바이러스 관련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 공동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보건의료 인력 파견에 대한 우려와 대안 점을 밝혔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미국 등 서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에볼라 환자를 직접 돌본 간호사 등을 줌심으로 에볼라가 발병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에볼라 환자와 직접 접촉을 가진 파견의료진이 국내로 복귀했을 때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간호사협회와 함께 국가 안전 및 방역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자 한다"며 "이를 통해 정부와 우리 사회에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우고 의료인력 파견 이전에 철저한 대비를 촉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옥수 간호사협회장은 "서아프리카에서만 240여명의 보건의료 인력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이중 120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 개인보호 장비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경우 방역복을 탈착의 하고 소독, 폐기하는 훈련을 2주 동안 실시하고 완벽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의료진을 투입한다"며 "철저한 사전교육과 반복적 훈련이 필요하며 감염예방 매뉴얼도 보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호구의 탈착용 과정에서 의료진 감염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만큼 파견에서 앞서 안전한 등급의 보호구 지급이 선행돼야 한다게 양 협회 측의 판단이다.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유럽에서 보호구 등급은 Level C 이상을 사용한다"며 "반면 전국 에볼라 국가지정 격리병원에는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에 부적합한 Level D 등급의 보호구가 지급돼 있다"고 지적했다.
A와 B 등급은 별도의 산소탱크를 장착하고 있어 밀폐형으로 분류되고 C등급은 방복면과 이중 보호 장갑을 갖추고 있다. 반면 D 등급은 수술용 마스크를 사용하는 등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 소장은 "수술용 마스크로는 바이러스를 완벽히 차단할 수 없어 에볼라 의심 환자를 다룰 때는 최소한 C 등급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며 "유럽에서는 보호구 기준이 C 등급으로 향상돼 의료진의 환자 처치와 관련해 D 등급은 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의료진의 감염은 보호구의 탈착의 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오염된 장비의 탈의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제대로 된 훈련과 교육 과정없이는 사스(SARS)처럼 의료진을 통한 감염 확산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의 높은 등급의 보호구 지급과 강도높은 탈착의 교육 과정 선행을 전제로 인도적 차원의 의료진 파견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의협은 인도주의 측면에서 정부의 의료진 파견에 동참하겠다"며 "안전에 관련한 교육 진행과 실무 매뉴얼 작성 등에 있어 간호사협회와 협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