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가 현실에서 환자와 대화 시간이 길수록 수익과 직결됩니다. 길게 이야기 한다는 것은 불가능 한 것이 현실입니다.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환자에게 제대로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환자가 만족하고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습니다."
인천 연세엄마손의원 전진희 원장은 생존을 위해 환자와 '소통'을 시작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전진희 원장을 직접 만나 그의 소통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전진희 원장의 소통 키워드는 '공감'이었다.
"의약분업 때 본과 3학년이었습니다. 환자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의사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됐습니다."
대학 때 '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게 된 전 원장. 2006년 2월, 하루에 환자 30명만 제대로 받자는 생각으로 개원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처음 환자는 환자대로, 저는 저대로 서로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진료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진료비가 수익과 직결되다 보니 제대로, 효율적인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개원 초창기에는 진료비가 500원 더 나왔다며 3시간이 넘도록 병원앞에서 병원 직원이 자신을 무시한다며 소란을 피우는 환자도 있었다. 사과도 통하지 않았다. 환자가 지쳐서 돌아가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전 원장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빠른 시간 안에 환자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가족상담학, 임상 미술치료 등을 공부하며 얻은 답은 '공감'이었다.
"환자와 말을 주고 받는 것만 소통이 아닙니다.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걸어들어오는 모습부터 봅니다. 진료실에서도 바깥 상황을 늘 주시하며 환자에 대한 사소한 정보를 잡고,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환자와의 관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단골이 생기기 시작한 것. 8년 내내 김장김치를 보내오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결혼 후 자녀까지 전 원장을 찾는 환자도 있다.
그는 '모름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를 모두 다 안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식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름의 자세로 어떻게 정보를 끌어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환자와 의사가 얘기하고 공감하면 불합리한 시스템도 바뀔 것입니다."
"공감이 없는 소통은 붕 뜬 개념일 뿐"
전진희 원장은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 문자메시지보다는 오래남는 감동을 주는 책을 선호한다. 공감과 소통의 중요성을 체감했기에 그는 더 많은 사람에게 그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
"평소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2011년 10월, 소통을 위한 잡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신앙잡지에서 편집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잡지 발행 팀을 꾸려 2012년 구체적으로 기획을 하게 됐고 2013년 6월 매거진 반창고(Band-Aid) 1호를 창간하게 됐습니다."
일년에 두번씩 발행되는 반창고는 현재 총 3권이 나왔다. 앞선 두 권은 무료 배포를 통해 홍보에 주력했다면 최근에 나온 세번째 반창고는 정식으로 출간돼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반창고는 상처 난 의사와 환자의 관계와 의료 시스템을 치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진 매거진이다. 매거진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소통이다.
'반창고'라는 제목을 짓는 과정도 소통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의사이자 발행인인 전진희 원장과 일반인인 편집장, 기자 등이 모여 서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를 하던 중 누군가가 툭 던진 "우리모두 상처가 있네요. 반창고를 붙여야겠어요"라는 말에서 탄생했다.
"일례로 동업을 하다 갈등이 생겨 관계가 틀어진 두 명의 의사가 동업 후 밥을 한끼 같이 먹은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같이 밥을 먹게 되는 과정이 잡지에 담겨 있습니다. 인터뷰가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던 겁니다."
그는 "요즘 대부분의 소통은 온라인에서 이뤄지고 있다. 공감이 없는 소통은 붕 뜬 개념일뿐"이라며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서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