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교수는 '아빌리파이(아리피프라졸)' 등 대표 경구제도 장기작용주사제와 비교했을 때 효능과 안전성 등은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경구제를 꼬박꼬박 챙겨먹었을 때에 한해서다.
조현병 재발이 약을 끊었을 때 빈번히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본인은 장기작용주사제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아이러니하게 조현병 환자에게 적극적인 장기작용주사제 처방을 꺼려한다. 엄격한 급여 기준 때문이다. 자칫 발생할지 모르는 삭감 날벼락을 우려한 까닭이다.
5일 김 교수는 만나 한국에서의 조현병 치료 현황과 한계점 등을 들어봤다.
참고로 국내에서 허가받은 장기작용주사제는 한달 1회 '인베가 서스티나(팔리페리돈)' 뿐이다.
조현병은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들었다.
조현병은 신경계 혹은 정신의 튜닝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마음의 기능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다. 과학적 해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현병은 치료받지 않은 정신병적 기간, 즉 첫 정신병적 증상 발생 후 치료까지 걸린 시간 DUP(Duration of Untreated Psychosis)가 중요하다. 조현병의 예후 결정 인자를 결정한다. 증상 발생 후 조기 치료가 앞당겨질수록 조현병 재발을 늦출 수 있다.
조현병 치료제는 경구제, 주사제 등 여러가지다. 본인이 조현병이라면 어떤 약제를 선택하겠는가.
장기작용주사제다. 국내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팔리페리돈을 보면 한달에 한 번만 주사하면된다. 아빌리파이 등 경구제도 장기작용주사제와 효능 안전성 등은 비슷하지만 매일 복용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조현병 재발의 큰 원인이 약을 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이 조현병에서 복용순응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팔리페리돈은 보험 기준이 엄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조현병 환자에게 장기작용주사제 사용률은 국내서 1% 수준이다. 엄격한 급여 기준 때문이다.
장기작용주사제 보험은 조현병 재발이 발생해 입원을 한 경우 등에 한해 이뤄진다. 조현병 발견시 장기작용주사제가 쓰이는 영국 등 외국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장기작용주사제 사용시 조현병 재원, 재입원 횟수가 현저히 준다는 연구 결과도 한국의 보험 기준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데이터 기반으로 처방을 하다보니 돌아오는 건 삭감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많은 의료진들이 장기작용주사제의 효능은 알면서도 보험 때문에 멀리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입원하기 전에 조현병을 막는게 중요한데 우리는 재발하고 장기작용주사제를 쓸 수 있다. 아이러니하다.
몇년째 제자리인 정신과 의료급여 외래 정액 수가도 장기작용주사제 처방을 못하는 이유로 알고 있다.
그렇다. 현재 내원 및 투약 1일당 2770원이다. 수가 인상 없이 6년째 동일하다. 경구제 아빌리파이만 봐도 하루 투약 비용이 3000원으로 이를 넘어간다. 병원에서는 처방할 때마다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더구나 장기작용주사제는 하루 투약비용이 30만원이다. 한달로 따지면 경구제와 비슷한 수치지만 정액수가가 하루 기준으로 적용되다보니 처방을 할 수 없는 구조다. 병원에서도 손해를 보니 처방을 하지 말라고 한다.
장기작용주사제 사용 후 입원 기간 및 횟수 감소에 대한 데이터가 있나. 아무래도 조현병 초기 진단부터 쓰이는 외국 사례가 많을 것 같다.
영국 NHS 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작용주사제 사용 후 입원 기간 및 횟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첫 입원 치료한 조현병 환자에게 중장기작용 주사제를 사용하면 경구용 약물 대비 입원 위험성이 50~65% 감소한다는 결과도 있다.
조현병 치료와 관련해 바람이 있다면.
전세계적으로 초기 초현병 환자에 대한 정신보건 서비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초발 조현병 환자가 경제적 형편에 상관없이 충분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탈원화에 기여해 의료비를 절감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생산도 증대시킬 것이다. 급여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