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부의 고시안이 현실화되면 국민건강 대재앙이 올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즉각 고시안을 폐지, 전면 재검토해야한다."
대한심장학회와 대한심혈관중재학회가 5일 공동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선 스텐트 협진 의무화 두고 환자 생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심장학회 오동주 이사장은 위와 같이 말하며 "급성 심근경색환자가 오면 인턴은 엑스레이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레지던트가 수동으로 펌프질을 하는 와중에 교수는 스텐트로 막힌 혈관을 뚫는다.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순간이다. 이런 상황에서 흉부외과 의사와 협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는 이런 식으로 하루에도 수명의 급성 심근경색환자의 목숨을 살린다. 하지만 스텐트 협진 의무화가 시행되면 그 파장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대동맥 수술은 8시간이 소요되는 등 대부분의 흉부외과 수술은 장시간이 요구되는데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흉부외과 전문의와 협진을 하기 위해 마냥 기다려야 하느냐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흉부외과와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경계하며 이번 고시안은 즉각 폐지해야하며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동 TF팀 강원지회 이봉기 교수(강원대병원 심장내과)는 의료 접근성이 낮은 강원도의 실태를 함께 심각성을 밝혔다.
그는 "수도권은 의료 접근성이 높아 흉부외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강원도는 얘기가 다르다"라면서 "환자를 전원 조치하다가 살릴 수 있는 환자를 놓치는 일이 발생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시안 이전에는 충분히 살 수 있는 환자가 잘못된 고시안으로 운명을 달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의사로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중소병원협회 라기혁 학술위원장이 참석해 고시안 발표가 중소병원에 미칠 파장에 대해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만약 고시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스텐트 시술 중단을 심각하게 검토할 생각"이라면서 "어차피 병원이 중단하지 않더라도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아 없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고시안이 시행되면 환자들 사이에선 흉부외과 전문의가 없는 병원으로 낙인찍히면 자연스럽게 환자 발길이 끊기고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홍익병원은 중소병원 처음으로 스텐트 시술을 실시, 11년째 흉부외과 전문의 없이 이를 운영했지만 최근까지도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을 정도로 높은 의료 질을 유지해왔다.
그는 또 경영난을 겪는 중소병원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고시안에 따라 운영하려면 흉부외과 전문의를 채용해야하고 심장수술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사와 의료장비 등 두루 갖춰야하는데 1년에 10회 안팎 실시하는 수술을 위해 이를 운영할 여력이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