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중환자를 제외한 재진 환자를 받지 않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병원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 대학병원들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외래 환자수 늘리기에 나선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황. 눈앞에 의료수익 보다는 연구 등 미래 수익을 바라보겠다는 각오다.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는 10일 "교수들에게 최대한 재진 환자를 받지 말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며 "동네 병의원에서 대처가 가능한 환자를 굳이 진료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경쟁 병원들 모두가 토요 진료까지 확대하며 환자 늘리기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왜 이러한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일까.
우선 대형병원에 쏠리는 눈총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다. 블랙홀로 불리며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는 주범으로 몰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보직자는 "적어도 삼성서울병원만이라도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자는 의지"라며 "일선 병의원에서 볼 수 없는 중환자만 치료하고 바로 다시 1, 2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재진 환자는 대부분 특별한 처치없이 추적 관찰이나 약 수령을 위해 내원하는 것 아니냐"며 "이러한 환자는 모두 1, 2차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고 다시 증상이 심해지면 우리 병원으로 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재진 환자에 매달려 있는 시간에 중환자들에게 신경쓰라는 배려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응급실을 전면 확대 개편하고 중환자실도 300병상이나 늘렸다.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는 "중환자실 하나에 연간 1억원 정도의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300억 적자를 안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연구능력 강화다. 진료에 매달려 연구에 소홀했던 교수들을 다시 연구실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은 진료 인센티브를 대부분 없애고 연구 인센티브와 중환자 치료 실적에 가중치를 두는 평가 방안을 마련중이다.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는 "이미 단일 병원으로는 연간 SCI 논문수가 국내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며 "이제는 세계 유수 병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해외 VIP 환자들이 MD앤더슨과 메이요클리닉으로 몰리는 이유는 그들의 연구능력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라며 "연구 강화로 그 어느 병원보다 선진화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면 환자수로 경쟁하는 한국 의료의 벽을 깰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