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63컨벤션센터에서 '무너져가는 우리나라 의료공급체계, 대책은 없는가'를 주제로 열린 '전국 병원장 회의'에는 400여석의 좌석의 가득 채울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이날 행사는 '회의'라기 보다는 병원장들이 참담한 의료현실을 호소하는 '결의대회'에 가까웠다
병협 박상근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오늘 우리는 의료수가를 올리기 위해 모인 게 아니다. 현재 의료계가 처한 상황을 알리고 의료공급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라면서 취지를 밝혔다.
이어 "병원들은 장례식 등 진료 외 수입으로 근근이 유지해왔다. 게다가 요즘에는 변변한 비급여 항목도 남아있지 않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병원은 줄줄이 도산할 것이며 환자는 병원을 찾아 헤매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이날 특강을 맡은 서울대학교 송호근 교수(사회학과)는 "한국의 의료는 접근성, 공공성, 진료수준, 의료시설 등 모두 선진국 수준이지만 의료제도는 후진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내 의료진이 해외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국내에서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병원협회는 결의문을 통해 "의료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병원에 전가하는 현실에 통탄한다"면서 병원계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병협은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사후평가제 도입을 촉구한다"면서 "더 이상 의료정책의 단점과 책임을 병원에 전가하는 식은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수가 정상화와 더불어 각종 보건의료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고 의료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전문가 단체와 충분히 협의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각 직역 대표들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소병원협의회 정영호 부회장은 "까치밥처럼 남아있는 건강보험 재정을 가지고 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이제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 직전"이라며 중소병원들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는 저수가 정책은 유지하면서 보장성 강화를 추진함에 따라 병원은 더 이상 경영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사립대의료원협의회 강무일 총무이사는 "3대 비급여 제도 개선, 전공의 정원 감축 및 수련환경 개선, 지방세 감면 혜택 축소, 인증평가 등이 모두 비용"이라면서 "병원 경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병원협의회 박진식 교육학술이사는 "전문병원 종별가산제 및 질향상에 따른 인센티브제 시행 없이는 전문병원의 질 향상은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노인요양병원협회 이상운 의무이사는 "협회 차원에서 비상시국으로 판단,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병상공급 조절은 물론 수가제도의 실패로 요양병원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