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협과 전공의협의회 대표가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공청회가 됐다. 유감스럽다." -신민호 의장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가 공청회를 통해 의협 파견 대의원에 총 14명을 대학병원 측에 배려하는 파격적인 안을 들고 나왔지만 허공 속의 메아리에 그쳤다.
정작 의견을 내놔야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교수협)와 전공의협의회 대표자들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서울시의사회 대의원들만 회칙 개정에 의견을 교환하는 반쪽 공청회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13일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는 오후 8시부터 협회 회관 5층에서 '회칙개정소위원회 공청회'를 개최하고 의협 파견 대의원과 대의원 배분에 대한 경과와 도출 안을 공개했다.
앞서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시 대의원회, 교수협의회 임원진들은 '회칙개정소위원회'를 운영하며 교수와 봉직의, 젊은 의사, 여의사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회칙 개정에 착수한 바 있다.
도출안을 보면 구분회 몫의 대의원 정수는 현행 145명에서 120명으로 줄고, 특별분회(전공의 포함)의 대의원 정수는 60명에서 85명으로 늘었다.
사실상 지역에서 선출하는 구분회 대의원의 수를 희생하면서까지 교수 측의 특별분회 대의원 배정 인원을 대폭 확충한 셈이다.
의협 파견 대의원 역시 집행부의 배려가 뒤따랐다.
대의원회는 집행부 몫의 당연직 시의사회상임이사 5명, 직전 서울시의사회장 1명, 직선 서울시의사회 의장 1명을 포기하는 대신 이 자리에 전공의를 포함한 특별분회 인원으로 14명으로 배정했다.
"당사자도 없는데 우리끼리 논의해 봤자 뭐하나"
류희수 부의장과 김숙희 부회장은 교수협의 회비 납부 방침을 철회한 데 이번 회칙 개정이 주효했다며 고평했지만 대의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교수협과 전공의협의회 대표가 불참한 까닭에 공청회의 의미 자체가 퇴색했는 게 이유다.
서윤석 감사는 "정작 교수협은 나오지도 않고 대화도 못하고 있는데 도대체 소위원회를 왜 운영했는지 모르겠다"며 "당사자들이 나오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파구 대의원 역시 "토론자 두 분이 오지 않아서 공청회의 의미가 없어졌다"며 "교수협이 회비 납부 거부 카드로 대의원 수 조정을 요구한 것처럼 전공의협의회도 똑같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교수협은 굉장히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칙개정에 대한 공청회가 아니라 대의원 수 조정에 대한 공청회가 맞는 것 같다"며 "교수협은 권리만 있는게 아니라 의무도 있기 때문에 회의에 나와서 의견을 개진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류희수 부의장과 김숙희 부회장이 "교수협과 전공의협의회은 공청회가 회칙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도출한 안을 공개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불참을 사전에 통보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불만 목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대의원 수를 늘려줘봤자 의결정족수 확보가 필요한 총회 자리에는 불참할 것이 뻔하다는 지적이다.
강남구 대의원은 "의사회에서 특별분회 대의원은 공청회에 오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닌데 정작 특별분회 대의원이 한 사람이라도 참석했는지 모르겠다"며 "총회나 회의에 특별분회 대의원이 온 것을 거의 본적이 없기 때문에 비율만 늘리면 의결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모 대의원 역시 "특별분회 배정 대의원을 늘린 것이 오히려 의사회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교수들이 의사회 회의에 얼굴을 비추는 일이 많지않아 성원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악구 대의원은 "교수협에 의해 의사회 회무가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석을 안 하면 반드시 위임장을 내도록 해야한다"며 "출석과 위임장 미제출시 징계절차에 돌입하고 제명, 보선도 해서 다른 대의원으로 교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신민호 의장은 "전공의협의회와 교수협 대표가 참석하지 못해서 반쪽짜리 공청회가 됐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오늘은 의견수렴의 자리였기 때문에 이런 분위기를 집행부와 교수협, 전공의협의회에 전달해 더욱 합치된 안을 도출하겠다"고 수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