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해철 씨 사망 이후 비만대사수술을 하는 의사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
19일 만난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박성수 총무위원장(고대안암병원 외과)은 이같이 말하며 신해철 씨의 사망 여파로 학회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높다고 토로했다.
그는 "잘못된 비만대사수술이 유명 연예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오해를 풀고 해당 수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사건 관련 의료진이 비만대사외과학회와 동일한 집단으로 평가 절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이와 더불어 코앞으로 다가온 비만대사수술 급여화가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비만대사외과학회는 최근 전 긴급 이사회를 열고 5시간에 걸쳐 현재의 위기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열띤 논의를 진행, 성명서를 채택했다.
이에 따라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신해철 사망사건에 대해 전문학회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 총무위원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7시에 만나서 밤 12시까지 이사회를 진행했을 정도로 굉장히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고도비만수술 부정적 인식확산…급여화 추진 중단될라"
그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오해가 확산되는 것이다.
비만대사수술은 환자들의 생명을 직접적인 영향이 높은 시술임에도 불구 '비만대사수술=지방흡입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미용성형술로 분류하는 경향이 짙다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이어 암 환자와 고도비만환자를 비교하며 수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실 암 환자는 몇 개월 혹은 몇 년은 생존한다. 하지만 고도비만환자는 당뇨, 수면무호흡, 심근경색 등으로 언제 죽을지 모른다. 밤에 수면 중에 사망할 수도 있는 게 고도비만환자다."
박 총무이사는 50대 여성의 사례를 들어 고도비만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50대 여성은 최근 10kg을 감량했음에도 불구 체질량지수 37에 달할 정도로 고도비만상태였다. 그는 당뇨와 심장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이며 한약에는 수천만원을 썼다. 하지만 이 모든 질병을 초래하게 만든 고도비만은 치료할 생각을 못했다.
그는 "50대 여성의 사례가 현재 고도비만환자들의 현실이라고 본다. 질병이라는 인식이 없다 보니 의료비용만 늘어나고 환자는 환자대로 고생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만대사수술을 급여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도권에 포함되면 인식도 달라질 것이고 고도비만환자들의 의료접근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고도비만수술 비용은 대략 개원가 600만~800만원, 대학병원 1200만~1300만원선으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다.
그는 "10년 전부터 급여화를 주장, 조만간 추진될 가능성이 높았는데 최근 신해철 사망사건으로 부정적인 인식확산으로 뒤집히는 게 아닌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신해철 씨 사망 사건 관련 의료진 제명 검토"
학회는 이번 신해철 사망 사건 해당 의료진에 대한 회원 제명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 집단으로 책임감을 통감한 것도 있지만 해당 의료진과 동일 시 되는 것을 경계한 행보다.
다만, 국과수가 부검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라 아직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그는 "현재 학회 내부적으로는 의견을 많이 공유했지만 근거자료가 부족해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며 "조만간 국과수에서 부검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제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인증의 제도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회 내부에서도 아무나 수술하도록 둬선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면서 "인증의 제도를 통해 질 관리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