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개정된 자궁경부암 검진 권고안에 대세로 굳어진 인유두종바이러스검사(HPV)가 빠지면서 전문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미 각종 논문과 해외 사례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검사법을 보류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위원회는 국내 근거가 없다고 물러서지 않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자궁경부암 검진 권고안 개정위원회는 19일 가톨릭대 의과학연구원에서 권고안 개정 심포지엄을 열고 초안을 공개했다.
이날 발표된 개정안은 검사주기와 대상 나이, 검사법을 현실에 맞춰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검사 주기는 비용 효과적 측면을 고려해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2년마다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검사 대상은 20대 이상의 여성으로 과거 30세 이상에서 무려 10살이나 시작 연령이 낮아졌다.
국립암센터 임명철 박사는 "20대 여성에서 자궁경부 상피내암을 포함한 경부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며 "하지만 20대 여성들이 검진율이 낮다는 점에서 국가 검진에 이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검사법에 대한 부분이다.
위원회가 HPV검사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권고를 보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임 박사는 "HPV검사가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은 확인됐지만 세포검사와 가격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며 "또한 국내에서 유통되는 검사법 변이가 심하고 정확도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만으로 효능이 입증된 검사법을 제외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 허수영 이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모두 HPV검사를 인정하고 있다"며 "근거가 부족하다 해도 검사법 자체가 배제되는 것은 다시 검토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 김태중 이사도 "세포병리검사법의 한계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없이 무조건 HPV를 제외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미 NEJM 등 세계 유수 저널을 통해 HPV 검사의 효용성은 인정된 상황"이라며 "이를 무조건 보류하기 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다수 전문가도 같은 반응이다. 국내 근거가 부족한 것이 이유라면 조건부라도 검사법을 계속 활용하며 근거를 쌓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박경운 이사는 "최소한 검사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권고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우리나라에서 HPV검사가 없어질 수도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최대한 세포병리검사와 같이 운영하며 서로의 보완점을 찾아가야 한다"며 "또한 선벌검사법의 적정성 여부를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원회가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는 점에서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원회 소속 이윤재 교수(포천중문의대)는 "HPV검사법이 정확도와 민감도가 우수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가격 대비 효과 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실제로 최근 전문가들도 HPV검사가 과잉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해외에서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고 고민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