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육성법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정작 한의사들은 한의약육성법이 실질적으로 기여한 게 없다며 '개혁' 수준의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다.
한의약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대의료기기의 사용과 응급의료행위에 관한 처방·시술행위 허용, 천연물신약의 전면 재검토, 종합병원의 한의사 의무 배치 조항 등의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20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남윤인순·김정록 국회의원과 한의사협회의 공동주최로 '한의약육성법 시행 10년 평가와 과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2004년 서양의약과는 다른 한의약 고유의 특성에 따른 한의약의 발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된 한의약육성법은 국가·지방자치단체 차원의 한의약 기술의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지원 시책을 강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정작 수혜의 대상이 돼야 할 한의사들은 한의약육성법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먼저 김필건 회장은 "한의약육성법은 치료의학으로 존재해 온 한의학이 세계 전통의학시장을 주도하는 새로운 의학으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돼야 했다"며 "하지만 법에 시행령과 시행세칙이 없어 그저 선언적인 상태로 박제화돼 존재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의협이 2013년 한의사 39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을 보면 한의약 분야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만족은 1.3%에 그친 반면 불만족은 83.6%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에 강연석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는 "한의약육성법 시행 후 한방산업은 외형적으로 커진 것처럼 알려졌지만 오히려 한의약 의료서비스는 퇴보했다"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한방' 용어를 사용한 산업이 활성화됐을 뿐 이는 한의약과는 무관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의약육성법에 의해 지원을 받은 생약제제 천연물신약은 그 취지와 달리 한의약에서의 활용을 막아 직능 갈등을 일으켰다"며 "한방 의료행위의 측면에서 봐도 신의료기술평가, 새로운 품목허가를 받는 의료기기의 생산도 가로막혀 있다"고 비판했다.
실질적으로 법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한의사와 한약사의 역할을 보장하는 한의약 육성책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강 교수는 "한의약육성법을 통해 한의약 R&D 비용이 투입된 결과물은 한의약품과 한방의료기기로 한정해야 한다"며 "현재 물리적으로 의사, 약사에 의해 독점되고 있는 천연물신약은 약사법에 의하면 한약제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의약 발전을 위한 입법 과제 중에는 천연물신약 정책의 전면 재검토나 응급의료행위와 관련한 처방 및 시술행위 허용 등이 필요하다"며 "한양방 협진을 장려하기 위해 국가지원을 받는 종합병원에 한의사를 의무 배치하거나 협진에 대한 별도의 진단비, 시술비를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의약육성법 제정 이후에도 법원이 한방의료행위의 범위에 대한 해석을 확대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순열 집행위원은 "한의약육성법 제정 이후 한의업계는 진정 달라진 게 없다"며 "한의약육성법은 현대과학기술 발달의 결과물을 한의약 분야에도 응용하도록 하는 법인데도 한방의료행위 개념에 대한 사법, 행정적 판단은 그대로 멈춰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법원 판례 동향은 제정 이전과 비슷하게 한의사들의 업무범위를 한방의료행위로 한정하고 있어 행정부처도 대법원의 해석에 얽매인다"며 "한의약육성법을 믿고 의료기기나 과학기술을 응용한 한방의료행위를 했다가 처벌을 받는 부정적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강석환 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은 "한의약육성법은 선언적 의미가 있지만 실행력을 담보해주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없어 힘이 없다"며 "한의계도 급여 기준 근거 확보나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연물신약은 국내에서만 약으로 인정받지 외국에서는 식품으로 취급되고 있어 R&D를 통해 근거를 많이 확보해야 제도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독립 한의약법 주장 대신 이 자리에 나온 의견들을 취합해 한의약육성법에 포함시키는 방향으로 가는게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